brunch

자리 바꾸기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긴 할 거야

by 반하다

먼 곳에서 당신의 아들이 옵니다.

왜 오냐고 물어보는 당신께, 가끔,

“누가 전화 오면 보고 싶다고 울어서…”라고 답하면

어둑해진 얼굴 위 당혹감이 스칩니다.

“오지마라고 해라. 내가 전화해야겠다!. “

오래된 당신의 전화기 숫자 버튼 위 갈 곳 잃은 손가락, 길 잃은 눈동자가 잠시 머뭅니다.

당신의 전화기로는 타국의 아들에게 전화할 수 없지만 당신은 다급히 단축번호 여기저기를 눌러봅니다.

“엄마, 엄마 전화기로는 안된다.

엄마도 보고 지 볼 일도 있겠지.

개안타. “

그저 서야 울 것 같던 표정이 느슨하게 안도합니다.

“그래, 지 볼 일 보러 오는 거제?.”


참 귀한 아들입니다.

늦둥이였기에 금이야, 옥이야 마음으로 귀히 키우고 절에 가서 기도도 많이 했지요.

그런 아들을 제가 외국으로 보냈습니다.

넓은 세상, 다른 삶을 보고 오라고 보냈습니다.

잘한 선택이다 생각했지요.


아버지가 아프실 때 아들을 그리워하셨습니다.

당신이 그리움에 많은 날, 눈물을 흘립니다.

부모님께 아들을 그리워하게 만든 것 같아 선택을 잘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아들도 전화 너머 어머니의 울음을 듣는 날엔 힘들 것입니다.

무리한 일정이지만 그곳에서의 일상을 채우고 당신께 다녀가는 이유 또한 그 마음이겠지요.


당신은 늙고, 아프고, 기억이 꺼질 듯 하루를 견딥니다.

동생도 당신을 안아주고 토닥여줘야 하는 자리가 이제자신의 자리란 걸 아나 봅니다.

세월이 흘러 당신과 우리의 자리가 바뀌었지요.

당신이 우리를 향한 마음과 같지는 않겠지만, 가슴이 무너질 듯 쓰리고,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순간들엔 마음의 깊이가 아마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아들이 오는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는 게 미안하고 힘든 걸 보면 당신의 사랑은 여전히 크고 희생적입니다.

진실이 어떠하든 당신의 아들이 먼 길 오는 이유는, 자신의 일정입니다.

그게, 저의 사랑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