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가게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다.
멜빵벨트를 한 할아버지는 우리 집 근처에서 산다고 했는데, 여기까지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와서 옛날김밥 한 줄을 드시고 간다. 우리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에 다른 김밥집이 있는데도 말이다. 다른 건 안 드신다. 오로지 옛날김밥 한 줄. 그리고 가게의 신문을 펼쳐서 다 보고는 신문은 그대로 펼쳐놓고 가셨다.
멜빵벨트를 아이들이 하는 건 많이 봤었지만(그것도 옛날이다, 지금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한 모습은 굉장히 낯설었다. 마치 일제시대 때 학생들이 입었을 것 같은 복장이다. 생각해 보면 그 시대에 사셨던 분이셨을 것 같다. 그리고 공부도 굉장히 많이 하셨던 것 같다.
가게에 외국인들이 오면 영어로 말을 걸고, 신이 나서 계속 말을 하셨다. 그리고는 나한테 계속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냐며 물었다. 참 귀찮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정확히 알아들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하고 싶은 말, 외국인도 외국인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니까 알 수 없다. 아무튼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셨고, 아빠와도 한참을 이야기하고 가셨다.
엄마와 나에게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고 말았다. 너무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으로 "여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신 분이라 엄마랑 나는 최대한 대화를 피했다. 그랬더니 항상 아빠를 찾았다. 가끔 아빠가 자리를 비우고 있으면 굉장히 아쉬워했고, 말을 걸 손님들이 없으면 조용히 드시고 가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밥도 밥이지만, 사람이 그리워서, 대화를 하고 싶어서 오셨던 건 아닐까? 작은 가게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오셨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 시간이 할아버지에게 행복한 시간이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