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청년 2

by BABO

짧은 머리에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외국 청년이 가게에 왔다.

표정이 참 밝고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벽에 붙어 있는 음식 사진을 열심히 보다가, 돈까스를 주문하였다. 처음에는 혼자 와서 돈까스를 먹고, 종종 와서 돈까스를 먹고 갔다. 이 청년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특한 영어 발음이었다. 미국이나 영국의 영어 발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도식의 발음도 아니었다. 뭔가 특이한 강세가 있었다. 가끔 친구들도 데리고 와서 돈까스를 먹었다.

그러나 어느 날은 그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어설픈 영어로 하느라 참 진땀을 뺐다. 알아듣는 것 반, 못 알아듣는 것 반. 못 알아듣는 것은 알아들은 척을 하며,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머리가 짧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오다가 안 오다가 오다가를 반복했다.

하루는 뉴스보도에 이스라엘 내전에 대해 나오고 있었는데, 이 청년이 왔다. 그리고는 이날도 역시 돈까스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한참 뉴스를 보더니, 자신이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괜찮은지 물었더니 안전한 곳에 계셔서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내전이 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또 한동안 오지 않았다.

두세 번의 계절이 지난 뒤, 다시 왔다. 친구와 함께. 이날도 역시나 돈까스 주문. 들어올 때 반갑게 인사했더니 "Remember me?"라고 해서 "Okay."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돈까스를 먹으면서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했다. 그리고는 나를 부르더니, 화면 속의 사람도 여기에 왔었다고 인사를 시켜줬다. 기억하냐고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대답하고는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잘 모르는 외국인과 영상통화를 하게 될 줄이야. 이 군인 청년이 참 사교성이 좋았다.

올 때마다 밝은 표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 군인청년. 어딘가에서도 넘치는 사교성으로 잘 지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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