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지옥

by BABO

혹시 도라지를 좋아하십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도라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라지의 강한 향이 나에겐 좋지 않게 느껴진다. 좋아하지도 않는 도라지를 까는 건 정말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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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에는 도라지 밭이 있다. 그 도라지 밭주인은 팔 수 있는 도라지들을 다 수확하고 나면 남은 도라지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주워가라고 한다. 그러면 엄마와 아빠는 시골에 가서 도라지를 가져온다. 직접 주워오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이웃이 대신 주워다 준 걸 가져오기도 한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도라지를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이 도라지를 몇 날 며칠을 까야한다. 도라지를 까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진짜 안 까진다. 인터넷에서 도라지 쉽게 까는 법을 아무리 찾아보고 해도 안 까진다. 수세미로 박박 밀어 보기도 하고, 칼로 긁어보기도 하고 이래저래 해봐도 결국은 물에 불려서 칼로 긁는 게 제일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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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라지가 갖고 오면 엄마, 아빠의 여유로운 휴식 시간은 없다. 손님이 없으면 자리 잡고 도라지를 까야한다. 손님들은 이 사실을 알런가 모른다.


그래서 엄마는 도라지 반찬을 한 날, 손님들이 잘 먹지 않으면 엄청 속상해한다. 100% 국내산 도라지인데, 이렇게 힘들게 까서 만든 반찬인데 안 먹어서 버려지면 너무 속상하다고 말이다.


빨갛게도 만들고, 하얗게도 만들고 열심히 만든다. 이 많은 도라지들을 잘 활용해야 하니까!


난 정말 도라지 까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한두 개 하다 보면 너무 하기 싫어서 몸이 베베 꼬인다. 그래서 하는 척하다가 조용히 그만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또 도라지의 계절이 찾아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 난 또다시 몇 개 까고는 베베 꼬이는 몸을 추스르고 도라지를 까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을 예정이다. 도라지의 계절이 찾아올 때, 우리 가게에 오신다면 도라지 반찬은 꼭 다 드셔주셨으면 좋겠다. 엄청 엄청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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