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엄청 크고 마른 청년이 가게에 왔다. 주로 저녁시간대에 왔는데, 올 때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눈이 절로 가던 청년이었다. 보통 청년들이 입지 않는 화려한 구멍 뚫린 니트라던가, 깃털 장식이 되어 있는 옷이라던가... 어디서 저런 옷을 구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옷들을 입고 왔다. 엄마랑 나는 모델이라서 그럴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옷들을 입을 것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들고 다니는 가방도 심상치 않았다. 키도 크고 얼굴도 주먹만 하고 옷도 신기하게 입는 이 청년은 꽤 오랜 기간 저녁을 먹으러 가게에 왔었다.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가서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 그래도 워낙 존재감이 큰 청년이라 올 때가 됐는데 안 오면 우리 가족은 오늘은 안 오나? 하고 안부를 궁금해했다. 그러면 또 다음날 와서 밥을 먹고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마치고는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이사를 가게 돼서 앞으로는 못 온다고 인사를 했다. 아빠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고, 일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아빠는 "진짜 먼데로 가네. 일이 잘 돼서 가는 거지? 잘됐네."라고 하고 청년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맙게도 모델 청년은 인사를 해주고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가게에 키가 큰 눈에 익은 청년이 들어왔다. 사람을 잘 기억 못 하는 우리 엄마도 기억하는 모델청년이었다. 엄마는 잘 지냈냐, 일은 잘 되냐 궁금한 건 다 물어봤다. 조용조용 다 대답해 주던 모델청년. 그 뒤로도 몇 번 더 가게에 와서 밥을 먹고 갔다. 진짜 모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멋지고 당당한 모습이 매력적인 청년이었으니 어느 자리에서든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