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신사 할아버지

by BABO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멋쟁이 신사 할아버지가 건너편의 목욕탕에서 말끔하게 목욕하시고 가게에 와서 식사를 하셨다.


말씀도 조용하게 하시고, 신사적인 모습으로 식사를 하신다. 보통 볶음밥 종류와 카레를 참 잘 드셨다. 특히 카레를 참 좋아하셨다. 워낙 조용조용하신 데다가, 말씀도 거의 없으셔서 대화를 제대로 나눠보지도 못했지만, 꽤 오랜 기간을 오셔서 간혹 토요일에 안 오시면 안부가 궁금할 정도로 내적 친밀감이 들었던 할아버지.


어르신들이 가게에 자주 오시다가 안 오시면 항상 걱정스럽다. 무슨 일이 생기신 건 아닌가 해서. 몇 주를 건너뛰고 다시 오셔서 정말 반가웠다. 반갑다는 표현도 제대로 못하긴 했지만... 차라리 표현을 좀 할 걸 그랬다.


다시 오기 시작하신 때부터는 식사의 양이 줄으셨다. 볶음밥도, 카레도 원래 드시던 것의 3분의 2 정도밖에 못 드셨다. 어르신들의 식사양이 줄면 가슴이 철렁한다. 어디가 안 좋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꼭 그러면 이별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점점 얼굴살도 빠지시더니 식사를 반밖에 못하시는 날이 늘어났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부터는 발길을 끊으셨다. 아무래도 돌아가신 것 같았다. 그러나 물어볼 곳도 없다는 게 참 슬펐다.


밥을 먹는다는 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삶을 채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할아버지에게 좋은 삶을 채우는 시간이 우리 가게에서의 시간이었기를. 가끔 보고 싶은 할아버지, 어디에 계시던지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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