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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샐러드 Apr 23. 2017

'내 집 마련의 꿈'과 서프라임 모기지①

2008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주식’과 ‘부동산’은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 투자대상을 바라보는 감성은 전혀 다르다.  

주식투자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합리성과 과학적 판단에 근거한 투자가 아니라 운에 맡기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에 반해 부동산은 일종의 로망이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투기라는 단어를 들이대기보다는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한 사람으로 칭송하며, 이제부터 천천히 갚아 가면 된다고 덕담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퇴한 사람이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합쳐 집을 장만했다면 집이라도 있어야 든든하다고 격려한다. 신입사원이 재테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부동산청약통장을 개설했다면 다들 성실한 친구로 여긴다. 이러한 인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이렇게 다른 태도를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실제로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수익률은 훨씬 떨어지면서 변동성만 높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하버드대학교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는, 10만 달러를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을 때 어떠한 수익률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에는 10만달러의 투자 금액이 27만 5,000달러에서 29만 9,000달러 수준으로 대략 2.5배~3배 정도 상승하였다. 이에 반해 주식시장에 같은 기간 동안 1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S&P 500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대략 5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였다.  

영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영국의 주택 시장에 투자할 경우 20년 후 4배 정도 집값이 상승했지만,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 중 하나인 FTSE 지수를 기준으로 대략 7배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는 부동산 투자 시 얻게 되는 임대료 수익과 주식투자 시 얻게 되는 배당금 수익까지 고려하면 다소 격차가 줄어들 뿐이니 여전히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와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2004년 6월 71.0이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지수는 10년 뒤인 2014년 101.5로 4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85.79에서 1994.96으로 무려 153.9% 상승에 이르렀다. 결국 주식 투자가 아파트 투자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직접적인 투자 대상으로 비교할 경우에는 더욱더 극명하게 수익률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이자 교육 열풍과 재건축 아파트 열풍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고조되었던 대치동 아파트의 경우, 1990년 초 평균 시세가 2억 5천만원에서 2003년 말 8억 2천만원에서, 2010년 9억 7천만원으로 20년 동안 388% 정도 상승하였다. 이에 반해 국내 대표적인 우량주인 삼성전자(1990년, 2만원), 롯데칠성(1990년, 2만 5천원), SK텔레콤(1990년, 3천3백원) 등에 투자했을 경우, 삼성전자 4050%(2010년, 81만원), 롯데칠성 3320%(2010년, 83만원), SK텔레콤 4848%(2010년, 16만원)의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실질적인 수익률 부분에서는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맹목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산 축척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토지란 왕이나 귀족만 소유할 수 있는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에 의해 일정 기간 동안 토지의 사용권 내지 소유권을 허락받아야만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어쩌다 한번 토지를 소유하게 된 귀족은 해당 토지를 계속해서 자손들에게 물려줌으로써 토지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제적 혜택을 특권화하기 일수였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토지의 소유권 자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매매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귀족이 소유한 토지의 매매를 규제하여 자유로운 토지 매매를 억제해 왔다.

  

토지 소유로 인한 혜택은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미권 국가의 경우에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한 바 있다. 소작농에게 지주계층과 동일한 형태의 선거권이 부여된 것은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또한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귀족처럼 가문의 휘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흔히 이러한 계층을 젠트리(Gentry)라 부른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상황들은 많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토지 소유에 남다른 가치 내지 의미를 부여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정치가들로 하여금 일반인들의 토지 소유의 여부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2편에서 계속 : 정치인들의 '주택 관련 정책'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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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학을 KAIST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였다. 세종시 지역산업발전위원, 양성평등위원,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KBS1 〈아침마당〉, KBS2 〈여유만만〉, tvN 〈곽승준의 쿨까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경제 강의를 전개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1, 2』, 『경제학 입다/먹다/짓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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