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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샐러드 Sep 24. 2016

당신의 목돈은 안녕하신가요?

# 통번역 전문강사로 활동 중인 하승미 씨(미혼 35세)는 투자한 부동산 탓에 고민에 빠져 있다. ‘1억 모으기’라는 재테크 목표를 기쁜 마음으로 달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에 목돈이 꼼짝없이 묶여버렸다. 작년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경기도 외곽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을 두 채 분양을 받았는데, 올해 초 잔금을 치를 때까지 입주자가 구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로 처리하려고 했다. 잔금은 세입자가 구해지면 보증금을 받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여유자금 2천만 원, 시세를 낮춰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최소한 3천만 원에 목돈이 속절없이 묶이는 셈이다.


사실은 부동산에 전혀 관심도 없었던 그녀가, 이처럼 고수익 투자가 보장된다는 말에 귀가 얇아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1억 모으기’라는 목표로 저축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자금이 될지 어찌 될지는 몰라도, 우선 큰 목돈을 만들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돈을 모아 온 것이죠. 유일하게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면 그것은 30대 중반에 해외 유학을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먹고 싶은것 안 먹으면서 드디어 1억 종잣돈을 만든 승미 씨. 그런 그녀가 계획도 없던 곳에 덜컥 투자를 한 이유는 뭘까요?


승미 씨는 돈을 모을 때, 결혼자금이나 유학자금을 분리하지 않고 우선 1억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로 돈을 한꺼번에 관리하였고, 이과정에서 돈이 차곡차곡 모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목표 금액을 달성하고 나자, 이 돈의 목적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겐 1억이라는 목돈이 있다’는 안일한 마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월세와 시세차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돈이 있으니 일단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무작정 목돈만 모으면 된다? 


이처럼 필요자금을 목적별로 나누어 모으지 않는다면, 돈이 잘못 쓰일 여지가 다분합니다.


물론 과거 고금리 시절엔 몇 년에 '1억 모으기' 혹은 '3억 모으기' 식의 재테크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 고성장 고금리 시대에는 은행금리도 10%를 넘었으니, 그밖에 다른 투자는 두말할 필요 없이 고수익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돈을 나누기보다는 어떻게든 한 곳에 모아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었습니다. 상징적으로 큰 금액 자체가 목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같이 확실한 투자처가 사라졌습니다.

하나의 목표금액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마치 여러 가지 용도로 써야 할 물을, 한 개의 커다란 물탱크에 보관했다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꺼내 쓰는 방식과 같습니다. 사실 물은 부족하면 물탱크에 다시 채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돈이라면 어떨까요? 



나의 여러 필요자금을 딱 1개의 머니탱크에만 모아두어 여러 가지 용도로 써야 할 돈이 한데 섞여서 관리된다면 생각처럼 돈을 균형 있게 준비하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개의 머니 탱크로 돈 관리를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저금리에 투자수단 또한  마땅치 않은 상황에선 목적이 불분명한 큰 목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하승미 씨의 경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우선은 목돈을 만들고 난 후 차례로 결혼자금과 주택자금을 꺼내 사용하면 생각한 것처럼 유학자금이 남지 않게 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벤트 때문에 시간 순서 상 뒤에 있는 재무목표는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 개의 머니 탱크에 담겨 있는 목돈이 과감한 소비의 제물이 되거나, 목적과 다르게 잘못 투자되어 손실을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필요자금별로 머니 탱크 Money-tank를 만들어 보자


 


필요자금 별로 잘 나누어진 머니 탱크가 아니라, 한 개의 커다란 머니 탱크에 돈을 모아둔다면 (그림 A) 처럼 각각 필요자금 탱크에 골고루 나누어져 담기는 것이 아니라, (그림 B)처럼 시간 순서 상 주로 앞에 있는 필요자금에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은 돈을 과잉 지출하기 쉬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에는 끼울 단추 구멍이 아예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에 꼭 필요한 자금인 결혼, 주택, 자녀 교육, 노후, 기타 자금들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려면 오로지 큰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한 개의 저축 계좌로 돈을 모으기보다는 저축 계좌를 목적별로 나누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돈을 잘 모은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이렇게 돈을 모으는 단계부터 반드시 자신에게 꼭 맞는 목적별 머니탱크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written by 김경필 ‘플랜 앤 하우투’ 대표

스쳐가는 월급 때문에 속상한 모든 직장인을 위합니다. 대박을 쫓는 과잉 투자보다는 꾸준히 나오는 월급이 재테크를 위한 최고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며 월급 관리를 방해하는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법을 고민하며 공부합니다. 이 공부의 산물인 그의 책 <맞벌이 부자들>은 3대 온라인 서점에서 재테크 베스트셀러 분야 1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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