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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Oct 26. 2021

3. 원산지 표시 어디까지 알고 있니?

MOU전통시장 @ 제주 서문시장

  -서문시장 맞춤형 원산지 표시판-


음식점 원산지 표시판을 작성하는데 여러 번 팀 회의를 거쳤다. 나랑 팀장님은 서문시장에 한해서 깔끔하게 메뉴까지 인쇄한 표시판을 제작하자는 의견이었지만 해숙, 용준 계장님의 의견은 달랐다. 그럴 경우 나중에 원산지가 다른 음식을 팔 때 표시판을 고쳐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거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해줬는데 뭐가 잘못됐수꽈?"이렇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방법이 원산지 표시를 조사할 때 식당 사장님의 사인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1차 조사를 마치고 식당별로 메뉴를 정리하고 있는데 해숙 계장님 용준 계장님 창진. 희주 주무관이 와서 다 잘 못됐다고 했다.

"뭐가요?"

"선생님 아직 공부 다 안 했구나 양."

이거 김치는 고춧가루 배추 따로 적었는데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김치는 거의 중국산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울상이 되었다.  원산지 표시에 대해 강의도 듣고 공부도 했지만 번번이 허점이 드러났다. 해숙 계장님이 안돼 보였 던 지

우리 유통관리팀  총출동하여 도와주자고 했다.

그 좁은 시장바닥을 키가 크고  등치마저 큰 2명의 잘생긴 사내와 4명의 여인들이 샅샅이 훑고 다녔다.

난 해숙 계장님과 한 팀이었는데 해숙 계장님은 조곤조곤한 말투로 냉장고 이곳저곳, 주방 이곳저곳을 뒤졌다.

"두부 국내산마 씨?"

"그럼 국내산이지. 두부도 중국산 쓰나."

"아니우다. 두부를 국내에서 만들어도 두부를 만드는 콩이 대부분 중국산이라 두부(콩) 중국산 이랜 표시 해야 됩니다. 어디 봅서. 두부 사온 포장지 좀 보여줍써."

냉장고도 뒤지고 쌀 봉투도 보여달라고 하고 된장 통도 보여 달라고 했다.

국내산으로 썼던 것들이 중국산으로 바뀌고 국내산+중국산이 중국산+국내산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나는 9급이 확실하다.

난 못하는걸 해숙 계장님은 저리도 자분자분 한 말투로 조사하고 있지 않은가?

깨갱.


서문시장의 순대는 알아준다. 진경 순대, 몽실 할머니 순대가 유명하다.

팀원들이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웠다.

마침 탐나는 전이 있어서 몽실 할머니 순대에서 순대 2만 원어치를 포장해왔다.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다. 잡내가 없고 매콤한 양념 순대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근데 해숙 계장님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내일 순대집 다시 가야겠어요."

"왜요?"

"찹쌀순대만 있는 줄 알고 찹쌀(국내산), 돈혈(국내산), 파(국내산)로 적어주고 와신디

 당면 순대도 팔맨마씨. 당면 순대는 당면(중국산), 돈혈(국내산), 파(국내산) 이렇게 적어야 되거든요."

"엥~"

당면 순대에 들어가는 당면이 거의 중국산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뭐가 이리 복잡하냐고요.

이거 상인들이 다 아는 얘기냐고요.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 서문시장엘 갔다.

떡집에 들르고 야채가게 들르고 양곡상 들르고......

지원장님 과장님이  서문시장을 둘러보러 오셨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을 때인데 벌써 소주 4병에 맥주 1병을 깐 저 사내들 머리  위  창문에 - 한눈에 보기 쉬운 원산지 표지판-이 떡하니 붙어있다.


내가 여름을 바치고 가을을 투자한 저 표시판이 나오기까지

팀원들의 도움이 컸다.

조사원 선아 선생님, 명예감시원, 서문시장의 사무국장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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