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맞이하는 계절의 변화
따듯한 기운으로 모든 생명을 깨우던 봄이 반짝 “안녕” 하고 지나가면 후덥지근한 기운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옥상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뜨근한 태양의 열기와 어디서 생겨나는지 모를 습한 기운이 집안을 점령하고야 마는 계절. 우리는 꼼짝없이 여름 안에 갇혔다. 추위 보다 더위에 약한 나는 모든 것이 푸릇한 이 계절을 사랑스레 바라보다가도 순식간에 증오하고야 만다.
이 더운 계절이 힘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이제 여름이네’ 하면 구름이는 세탁기 안으로 숨어든다. 때문에 한 계절 동안은 빨래를 하려면 읍소를 해야 한다. “저기 고양이님, 저희가 빨래를 해야 하는데요. 나와 주시면 안 될까요…?” 만약 세탁기 문이 닫혀있기라도 하면 문을 열라고 화장실 이용하러 온 (인간)집사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통돌이 세탁기 안이 스테인리스로 되어 시원하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 것인지 정말 신통방통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재질에 온몸을 최대한 밀착한다. 빨래건조대라던가 의자의 스틸 부분이라든가. 옥상에 올라가서도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에 끼어 있듯 누워 있다. 그럴 거면 그냥 집에 편히 누워있지 왜 굳이 짜부되려 올라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여름을 나는 방법이니 그냥 이해하려 한다. 근데 너 그거 아니? 가뜩이나 더운데 몸을 움직여야 하는 수고로움과 옥상에 오르자마자 몸에 달라붙는 태양의 따가움이 얼마나 불쾌한지.
더위와의 사투로 9월 초까지는 제발 옆에 누워 달라 사정해도 이불은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서늘한 바람이 한 올, 두 올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불 위로 성큼 올라와 꾹꾹이를 하며 잠자리를 마련한다. 구름이와 붙어 있을 수 있는 한정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야호~!) 그렇지만 방심할 수 없다. 아무래도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 구름이는 조금만 덥다 느끼면 휙 하고 사라져 버리기에. (어디 가니? ㅠㅠ)
시원한 바람이 세찬 바람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면 한동안 방치되었던 캣타워가 다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따듯한 공기가 위로 모이기 때문에 구름이는 단연 젤 위 칸에 상주한다. 캣타워 위층에서 나를 내려보다, 낮잠을 자다 반복하는 구름이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주책바가지 집사가 되어 본다. “공기의 밀도를 이해하는 너는 아무래도 천재인 거 같아!!! 여러분 우리 집에 천재 냥이가 살고 있어요!“
재질마다 온도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기의 밀도로 인한 대류 현상을 아는 똑똑이 고양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일찌감치 눈으로 읽는다. 세탁기 문 열어 달라고 소리 지르면 이제 여름이구나 싶고, 캣타워에 오르면 겨울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캣타워에서 내려오면 봄이 오려나 보네 한다. 덕분에 계절이 오고 감을 조금 더 즐겁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