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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나무 Aug 28. 2023

자연스럽게 인사 나눌 수 있다면

낭만이 숨 쉬는 버스 2

버스를 타기 전 나지막이 다짐을 합니다. ‘타면서 기사님께 꼭 인사해야지’하고요. 이 다짐은 10번의 4번 정도 지켜지는데 그중 반은 기사님께서 먼저 인사를 건네셨기 때문입니다. 한동안은 그래도 인사를 잘했는데 마스크를 항시 착용해야 하는 코로나 시국과 함께 실천은 뒤로 밀려났고, 멀어진 다짐은 쉬이 회복이 안되네요.


인사를 하는 게 왜 쑥스러운지 모를 일입니다만, 그럴 때면 괜스레 버스의 모양새를 탓하고 싶어 집니다. 일본의 버스 풍경을 떠올리면서요. 가까운 만큼 여러 번 여행을 갔던 일본에서는 기사님들과 인사 나누는 것이 참 쉬웠습니다. 일본버스는 주로 뒷문으로 탑승하고 앞문으로 하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차할 때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하고 자연스레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주어 감사하다는 진심을 담아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풍경이란 얼마나 멋진가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인사를 어려워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길을 가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건네고, 밥을 먹다가도 옆 테이블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상황을 무척 어색해하죠.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에게 “Hello”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아무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건 100% 한국인이라는 웃픈 말이 있을 정도로요.


홀로 여행을 하는 중 누군가가 상냥히 건네준 인사는 이곳에 나를 아는 사람이 있구나, 내가 저들 틈에 있구나 하는 안심을 갖게 합니다. 업무 매뉴얼뿐이고,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물건을 산 편의점에서도, 밥을 먹은 식당에서도 직원이 “Thank you. Have a good day!”,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하고 인사를 건네주면 아무 말이 오고 가지 않았던 무미건조한 시간보다는 좋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잘 꺼내 놓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저는 자연스레 인사 나누는 풍경이 더 많아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멋질까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아니 오늘은 버스 탈 때 꼭 잊지 말고, 쑥스러워하지 말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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