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서 용기로
지난 한 주간 제일 자주 곱씹었던 단어는 '거울'이었습니다. 기관장 면담 때, "제가 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 생각하나요?"라고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이 '거울'이었습니다. 제가 일해 나가는 방식과 태도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거울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좋은 동료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을 잘 이루어 나가는 중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요.
거울은 꾸미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죠. 제게는 일주일회고가 거울입니다. 이번 주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있는 그대로 비춰주고, 일주일 단위로 끊어 기록을 쌓다 보니 '조금 더 단단해졌다', '예전 같으면 못했을 텐데 이번에는 해냈다'와 같은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울은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히 있는 그대로를 비춰줄 뿐이지요. 예전 같으면 자책했을 모습을, '아, 지금은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하구나'하며 다독일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도 회고라는 거울 앞에 섰기 때문에 얻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어느덧 30대 후반. 남들처럼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전문성을 갖춘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문득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용기'라는 단어를 마주쳤습니다. 친구가 최근에 용기라는 단어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용기는 ‘어떤 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운’, 즉 겁내지 않고 맞서는 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어 또는 유럽어에서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맞선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뉘앙스가 조금 다를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은 꽤나 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혹시, 겁내지 않을 수 있는 일만 골라 살아온 건 아닐까,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일찍 정해버린 건 아닐까 하고요.
용기... '용기를 내어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질문에 답이 번뜩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기억 저 편까지 가서 몇 개를 건져 올렸지만 용기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했습니다. 그리하여 친구와 내년에 용기를 내어해 볼 일을 하나씩 정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1년을 보내자 약속했습니다.
거울이 나를 알아차리게 했다면, 이제는 그 모습 그대로를 끌어안고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거울이 준 알아차림을 선물 삼아, 이제는 용기라는 이름의 움직임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용기'를 내 본 경험이 있나요?
초록채집가 반나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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