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어져 있다.
* [공유] 반나무의 일주일회고 템플릿
* [함께 할 사람 찾아요] 기록으로 연결되는 사람들, 일주일회고클럽
오랜만에 다이빙을 하러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발리 빠당바이 앞바다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따라 헤엄치던 중, 산호 사이에서 반짝이는 낚싯줄을 발견했습니다. 투명하고 기다란 줄 끝에는 물속으로 가라앉히기 위해 달린 봉돌과 낚싯바늘이 그대로 걸려있었습니다. 계속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해 BCD 조끼 주머니에 넣어두었는데, 숙소에 돌아와 꺼내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낚싯바늘이 주머니 안 깊숙이 박혔는지 아무리 잡아당겨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몇 번이고 바늘에 찔린 끝에 안 되겠다 싶어 숙소 주인에게 가위를 빌렸는데, 그러고도 한참 씨름을 하고 나서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의 통증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물속 친구들 몸에 이 낚싯줄이 걸렸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싶어 눈이 찔끔 감겼습니다.
인스타에서 알게 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주최하는 '두런두런 산호수다회'에 갔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모임 끝에 모두가 돌아가면서 내가 바다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라고요. 감탄이 절로 나오고 시야가 뻥 뚫리는 대답이었습니다. 평소 다이빙을 할 때 산호보호 선크림을 사용하거나 아예 바르지 않습니다. 깊고도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는 것은 행복하지만, 하얗게 변해 버린 산호를 만나는 일은 슬프니까요. 그러니 바다에 들어갈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산호보호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물은 결국 모두 바다로 흘러가니까요.
다이빙을 시작한 뒤로 세상과 더 잘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오래오래 다이빙을 즐기고 싶은데, 내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이로운 일일까 고민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머문 자리에 작은 흔적이 어떻게든 남는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작게나마 해나가는 중입니다. 바다에서 쓰레기를 발견하면 가능한 선에서 줍고, 비건 지향 생활을 하려고 나름의 고군분투 중입니다.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우리가 더 오래,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바다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호흡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길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제주를 중심으로 연산호, 바다숲, 돌고래 상괭이, 해양보호구역 등 바다를 기록하고 감시하고 변화를 만드는 시민단체로, 활동가와 시민 아키비스트가 함께 우리바다 곳곳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기록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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