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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Nov 17. 2021

불쾌한 이웃에 불편한 독도

대한민국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가 난리다.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이 12년 만이라는 사실에 흥분해야 할 판에 일본의 뜬금없는 개소리에 대꾸를 해야하니 딱할 노릇이다. 일본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두고 관방장관이 나와 정색을 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독도는 국제법과 역사적으로 명백히 일본땅"이라며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 영유권 망언을 되풀이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기자단에 김창룡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라면서 “한국 정부에 재차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독도 경비 총책임자인 김 청장은 헬기를 이용해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독도 경비대원을 격려했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2009년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 이후 12년 만이다. 한일관계가 여전히 경색된 상황에서 치안총수가 현장을 방문하는 데 대해 일본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유지만 강력 항의 운운은 오버다. 되풀이되는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 운운하는 부분도 지겨운 이야기다.     



일본이 툭하면 독도를 건드리는 이유는 바로 한국의 흥분 유발이 목적이다. ‘다케시마의 날’이라는 고약한 기념일을 제정하고 잊을만하면 독독망언을 되풀이하면서 우리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그 마다 언론은 흥분하고 아베와 일장기가 불탔다. 의도한대로 이미 독도문제는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세계는 진실이나 사실 따위와 상관없이 두 나라 사이의 작은 섬을 놓고 벌이는 '내꺼다' 입씨름을 즐기고 있다.      



이쪽과 만나면 그래 당신꺼다고 웃어주고 저쪽과 만나면 맞다 알고 보니 당신 쪽이 옳다고 악수하면 그뿐이다. 과거 일본 정치인들이 벌인 독도 입도쇼도 그런 맥락이다. 바로 독도 퍼포먼스의 하나다. 오지 말라는데, 와도 곧바로 돌아가야할 것을 알지만 한국산 김이라도 챙겨가려는 세 명의 아베 졸개들은 적어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입국쇼가 일본인, 나아가 국제여론에 포착되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쇼를 통해 우익세력의 결집을 꾀한다면 일석이조라는 얄팍함까지 깔려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근성이 바로 '왜놈근성'이고 일본의 본성이다. 한자로 왜(倭)는 종족을 뜻하는데 작고 왜소한 종족을 칭하는 비천한 용어가 그 기원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그 출발이 해안가의 비천한 노략질 무리였기에 강한지 앞에서는 끝없이 무릎을 조아리고 약자에게는 무자비하고 악랄한 만행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이 유전인자로 흐르는 민족이다.    


 

과거에 잘나갔던 나라나 집안이나 사람은 향수에 집착한다. 초등학교 때 반장 안 해본 사람이 없고 옛날 자기네 집 금고엔 황금 돼지 몇 마리쯤 없던 집이 없다. 조상 중에 정승을 지냈거나 왜놈이나 오랑캐 수십쯤은 단칼에 베어버린 위풍당당한 선조의 무공을 전설처럼 간직한 우리네의 과장법은 술잔 뒷담화로 지금도 오르내린다.  


    

과거가 그리운 시점은 현재의 불만이 잔을 채울 무렵이다. 허전하면 과거가 생각나는 법이다. 이사부 장군이 창검을 꽂고 눈을 부라리던 오랜된 과거, 동해 바다엔 왜구가 득실거렸다. 국가도 민족도 별 의미 없던 시절, 먹고살기 위해 노략질을 일상으로 삼던 무리들이 우리 땅을 제집 마당처럼 들락거렸다. 질서를 잡고 절차를 밟으라고 금을 긋고 예를 가르친 시간, 왜놈은 밝은 날엔 머리를 조아리다 어두워지면 관가의 창고를 털고 민가를 덮쳤다. 그 숱한 반복의 역사 속에 그들이 배운 건 훔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오래 간직하는 법이었고 그 학습이 19세기 제국주의를 만들었다.     



그래도 뿌리는 한줄기다. 소서노 할머니가 주몽과 결별하고 새로 찾은 땅, 아리수 터전에 깃발을 꽂고 백제를 세웠을 때, 한 무리의 피붙이들이 섬나라를 개척했다. 태양신을 받들고 삼족오 문양을 가슴에 품은 것이 일본의 오래고 먼 과거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소서노 할머니로 시작한 자신의 과거가 영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은 왜곡을 택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상고시대부터 일본 열도가 중원대륙과 직접 교류했다고 주문처럼 가르친다. 야마가와 출판사의 일본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인 '상설 일본사 B'에는 '일본 문화의 여명'이 나온다. 상단에 1만년 전에서 2만년 전의 갱신세(更新世) 말기의 아시아 빙하기 지도를 실었다. 중국 동쪽 바다가 빙판이고, 일본 규수 서쪽의 오도열도(五島列島)를 중국 쪽으로 쭉 뻗게 하여 애써 일본과 중국이 인접한 듯이 보이게 한 지도이다.      



본문은 친절하다. "한랭한 빙하시대가 여러 차례 있었고, 해면이 현재에 비해 100미터 이상이나 하강했다. 이 때문에 일본 열도는 북과 남에서 아시아 대륙과 육지로 이어졌고, 북쪽에서는 맘모스 등, 남쪽에서는 코끼리나 사슴 등이 왔다. 이들 대형 짐승을 따라 인류도 몇 차례 물결처럼 일본 열도로 건너온 것 같다"는 내용이다. 장황하게 대륙과의 연결성을 이야기 한 이 교과서의 의도는 일본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대륙 문물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인정하면 편한데 부정하려고 드니까 불편해진다. 거짓을 정당화하기 위해 숱한 거짓을 반복해야 하듯 일본의 역사학계는 거짓의 논리화에 달인들이 모였다. 빙하시대부터 대륙과 직접 교류한 민족이 일본인이니, 소서노 할머니와 야요이시대의 대량 인구 유입은 지워버리고 싶다. 지워 없애고 새로운 근거를 집어넣은 것이 임나일본부를 비롯한 날조된 역사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소곤거리듯 눈웃음치며 일본인의 조상은 대륙에서 왔고 선진 문물을 역으로 한반도에 전파했다고 말이다. 소가 웃을 일이지만 흥분할 일은 아니다. 아무도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니 그냥 떠들도록 두면 된다. 이미 세계적인 역사학 권위자나 학계에서는 일본인의 뿌리를 한반도와 도래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일본의 지도자들이 한세기 전 욱일승천기를 들고 목젖을 세우던 제국주의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해바다에서 러시아 전함을 침몰시키던 오래된 추억은 화려하다. 그 화려한 전설의 중심이 독도이다 보니, 독도는 언제나 자신들의 것이고 싶은지 모른다. 일본이 한반도를 무지에서 깨운다는 '일한동조론'에 기초한 한일관계사가 지배하는 뇌구조로는 일본의 우익들에게 일왕의 사죄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면 쉬운데 무릎을 꿇어도 가슴 밑바닥에서 반성의 눈물이 쏟아지지 않으니 답답할 수도 있다. 원래 남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전인자가 수천년 지속된 탓이니 어쩌랴. 그것이 바로 불편한 이웃을 가진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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