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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Jan 31. 2022

해파랑, 2022 첫걸음의 시작


간절곶, 새해 첫날

벌써 60번의 첫날이다. 몹쓸 전염병으로 해안이 한산하다.

새날, 첫해는 웅장했다. 대륙의 첫 빛이 내 이마에 비쳤다.


문득, 올해는 무작정 걸어야겠다는 한줄기 생각이 스쳤다.

그날 이후, 작심삼일...

잊어버린 생각이 다시 살아난 건 다행이었다.


 





해파랑...

미국을 오가던 시절,

달라스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른 비행기가

독도와 울릉도를 스치며 남하를 시작한다.

그 비행의 낮은음자리, 김해국제공항으로 기수를 돌리면

아슬하게 내미는 한반도의 민낯...

해운대부터 서생해변을 지나 간절곶 슬핏 돌아

정자바다를 가로질러 호미곶으로 삐쭉 솟은 해안은 탄성이다.


어쩌다 맑은 날, 그 해안을 보게되면 눈물이 몽글거린다.

그 길이 걷기 열풍으로 이름을 얻었다. 해파랑이다.


1코스부터 50코스까지

760km의 해안이 대한민국 걷기코스의 명물이 됐다.

바로 그 길을 올해부터 걸어보련다.









설 연휴, 의기투합 아내는 의욕이 넘쳤고

멋모르고 따라나선 우리 딸은 응원삼아 첫코스는 함께 하겠단다.


힘이 불끈 솟지만

신불산 119의 아픈 기억 때문에

영 미심쩍어 하는 눈길이 그림자로 따라 다닌다.


 

한달도 안된 새 역이다.

북울산 여기서 동해선 기차를 타고 센텀으로 향했다.

이기대수변공원을 돌아 오륙도 입구가 출발선이다.

영하 2도.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은 뜨겁다.

불끈, 주먹을 쥐고 잊었던 것을 이어가며

지금의 나와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파랑 1코스는 낯설다.

그래픽을 보는듯한 빛깔과 색깔이 순간순간 장면을 바꾼다.

자연 위에 칠한 인공의 붓길이 참 자연스럽다.

뭉퉁한 선이 직선으로 쏫구치면 불편할 수도 있을 법한데

이기대 돌아 해운대로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조화롭다.





걷는다는 것...

갇혀 있던 생각이 하나씩 몸을 풀어 각자의 방을 만드는 시간이다.

걷다보면 얽혀 있던 생각과 달아나던 생각들이

하나씩 심장박동에 두드림으로

부숴지고 가라앉아

차분하게 자리를 잡는다.




광안리 해변은 흑호 조형물이 독차지다.

임인년 설맞이를 사진으로 남기려는 인파가 줄을 섰다.

옆으로 잠시 시선을 바꿔

줄서기 없이 한 컷을 남겼다.

17km의 1코스는 산길과 바닷길,

아스팔트와 모랫길이 뒤섞인 묘한 매력을 가진 걷기 코스다.


2만보 즈음부터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나

고군분투했지만 그래도 용케 해운대까지 발길을 이어갔다.

장하다. 이래가지고 고성까지 50코스를 우째 걷겠냐는

죽비소리가 엉덩이를 걷어찬다.

그래, 경련은 과거의 잘못된 습관이 울리는 경고음.

바른 자세, 적당한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는

설 연휴 대장정의 첫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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