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온도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by 반년작가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있었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그들을 다른 말로 간단히 표현해보자면, 이 둘은 상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뜨거운 물은 어떠한 것에도 식지 않을 만큼 항상 뜨거웠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잠시 그가 식어 있을 때를 틈타 호기롭게 손을 살짝만 담갔다가 그가 다시 끓어오르기 전 얼른 빼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만큼 엄청나게 뜨거웠다. 차가운 물은 자신이 가진 온도가 그의 열기를 적절히 식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손을 담갔을 때 짜릿하게 와닿았던 그때의 다정한 온도를 기대하며 더욱 깊숙이 손을 담그기 시작했다.



서로의 느낌이 알맞게 섞일 수 있기를.

서로가 경계 없는 같은 온도를 나눌 수 있기를.



본연의 온도가 차가웠던 그에게는 팔팔 끓는 상대의 온도가 유난히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빨갛게 화상 입은 손을 내려다보던 차가운 물은 뒤늦게 밀려드는 고통에 말없이 혼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식을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열기를 뿜어내는 뜨거운 물의 변화 없는 모습을 보자 이내 마음도 아려 왔다.



애초에 혼자만의 욕심일 뿐이었다.



화상 입은 손을 호호 불어 식히고 쓰라린 가슴도 차갑게 진정시키고 나서야, 뜨거운 물은 자신이 절대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그가 나의 손을 맞잡고 내가 가진 온도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여 주었더라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처음은 서로가 놀라 조금 어색하고 낯설겠지만, 우리는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중점에서 알맞게 섞여 미지근한 온도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을 함께 나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적당한 온도가 주는 안정감 속에 몸을 뉜 채, 경계 없이 맞닿아 있는 서로를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꼈을 것이다.




그는 뜨거웠고, 나는 차가웠다.

그는 여전히 뜨거웠고, 나는 여전히 차가웠다.

다정한 온도를 나누지 못한 우리는 결국 멀어져 갔다.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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