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폴더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by 반년작가



‘인생’이라는 대용량 하드디스크 속 ‘연애’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폴더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순서 없이 풀어헤쳐 있던 폴더 속 기억을 ‘타이밍'이라는 기준으로 정렬하고 나서 보니, 가장 오래된 사랑은 저 아래에, 새롭게 찾아온 사랑은 저 위로 차곡차곡 나열되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 가장 아팠던 지난 일주일이 제일 상단에 둥실 떠올랐다.



이 폴더에는 불현듯 찾아오는 모든 사랑들이 모여 차곡차곡 채워져 가고 있었다. 새로운 사랑들이 이 폴더의 상단을 두껍게 덮어주어야만, 밀려난 나의 지난 사랑들이 비로소 가라앉을 수가 있었다. 만약 이 폴더의 용량이 가득 차 넘치려고 한다면, ‘비우기’ 버튼을 눌러 가장 하단에 가라앉아 있는 케케묵은 오래된 사랑들부터 과감히 비워나가면 된다. 그렇게 다시 빈 곳이 생기면 나는 그곳에 또 다른 사랑을 새롭게 채워 넣는다.



사랑은 커다란 하드디스크 속 연애 폴더 안에 아주 작은 단위로 저장된 낱개의 기억일 뿐이다.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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