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by 반년작가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의 문턱, 꽃을 든 남녀가 서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계절의 큰 일교차와는 달리,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오던 관계의 일교차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신경 쓰이는 날이었다.



일정한 온도가 주는 안정감이 좋을 때도 많았지만, 서로의 체감 온도는 혹시 다른 게 아닐까 내심 불안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보이지 않는 문턱에 걸려 덜컥 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이었다.



횡단보도 청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했던 여자는 선물 받은 이 노란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분명 꽃을 포장할 때 뭐라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도통 생각나지 않았던 남자는 그 순간 기지를 발휘했다.




"이 꽃 이름은 무명(無名)이 꽃이야"

"... 뭐?"



살면서 처음 들어본 너무나도 황당무계한 꽃 이름이었다. 신호등도 우리 대화를 엿듣고 머쓱했는지 얼굴빛이 갑자기 누렇게 변했다. 미묘한 어색함이 감돌던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더니 그게 뭐가 그리 웃긴 지, 둘은 동시에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신호가 바뀌었다.



신사역 횡단보도 청신호 아래, '무명이 꽃'을 든 남녀는 그들의 문턱을 나란히 건너가고 있었다.







오늘의 단어
「문-턱」
1. 문짝의 밑이 닿는 문지방의 윗부분.
2. 어떤 일이 시작되거나 이루어지려는 무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출처 :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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