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은 그녀는 자신의 흔들리는 기분을 누구에게 들킬세라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깍거리는 은연한 그 소리를 들어버린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다가가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나를 절박하게 붙잡고 그간 힘들었던 자신의 마음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이 큰 폭탄을 홀로 떠안고 쥐 죽은 듯 숨죽여 외롭게 지냈을까 싶어 참 안쓰러웠다.
사람마다 각자가 떠안은 폭탄의 크기나 주어진 제한 시간이 저마다 달랐기에, 모두가 본인에게 알맞은 수단과 방법, 심지어 관계를 이용하면서까지 폭탄 해제를 끝끝내 성공하거나 빠르게 줄어드는 제한 시간을 늦추기 위해 최선을 기울였다. 아마도 그녀는 자기 가슴속 시한폭탄을 스스로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재깍거리는 절실한 소리를 따라 그녀의 가슴속 가장 깊숙한 곳으로 다가가 그 안에 엉켜있던 전선들을 조심스레 밖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응어리진 폭탄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터질까 봐 우려됐던 그녀는 갑자기 슬픔을 거두고 에둘러 말하기 시작하더니 나와는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녀는 돌연 나를 밀어냈고 마치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 이토록 그녀를 힘들게 하는지, 내면에 떠안은 그녀의 은밀한 사연이 무엇인지, 그녀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주지 못한 채 나는 결국 그녀의 폭탄을 해제하지 못했다.
아무도 풀지 못한 그녀의 시한폭탄은 여전히 재깍거리고 있었다.
오늘의 단어
「시한-폭탄(時限爆彈)」
: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도록 장치한 폭탄
- 출처 :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