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아롱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by 반년작가



한 길로 쭉 이어져 있는 중랑천 산책길,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가로등 불빛들은 나의 밤길을 안전하게 안내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중랑천 수면 위로 비친 가로등 불빛들은 아롱아롱 흔들거려 아름다웠다. 가로등 사이사이 비어 있는 어둠을 지날 때면,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공백을 메워주어 홀로 걷는 이 산책길이 외롭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의 산책길과 나의 일상을 겹쳐놓고 보니 갑자기 내 마음도 수면 위 가로등 불빛처럼 아롱거리기 시작했다. 요즘의 나는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백 속을 걷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또렷하지 아니하고 흐리게 아른거렸다. 나는 내 밤길을 밝혀 줄 수 있는 가로등 같은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 내가 걷는 이 길이 옳은 노선이 맞는지를 확인해주고, 안전한 길이라고 나를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존재. 하지만 나를 앞질러 가는 다른 사람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들로 잠시 반짝였을 뿐, 그 잔상은 빛의 속도로 금세 사라졌고 이 길에 혼자 남은 나는 외로워졌다.








오늘의 단어
「아롱-아롱」
1. 또렷하지 아니하고 흐리게 아른거리는 모양.
2. 여러 가지 빛깔의 작은 점이나 줄 따위가 고르고 촘촘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 출처 :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

'[날것? 날것!] : 단어에 꽂혀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의 제목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글을 뜻하는 ‘날것’과 날개가 돋친 듯 승승장구 높이 날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본 ‘날것’, 한 단어가 가진 중의적인 의미에 꽂혀 재치 있게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특정 단어나 단어가 가진 뜻에 꽂혀 보통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첫 순간에 느껴지는 날것 그대로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며 ‘날것?’으로 도약하여 ‘날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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