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03]
: 중고 신입 식집사 이야기 [03]
22학번 신입생 ①
: 나보다 정수리 빽빽한 칼라데아 오나타
“얘들은 키우기 쉽나요?”
“음… 초보자가 키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식물 난이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볍게 던진 ‘초보자 티 팍팍 나는’ 질문에 직원분은 아주 덤덤한 톤으로 대답해주셨다. 맙소사 이미 사랑에 빠진 후였다. ‘역시 예쁘게 생긴 식물들은 얼굴값(?) 하는구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건 계산하기 전에 미리 귀띔해주셨어야지(먼저 묻지도 않았으면서), 라는 짓궂은 원망도 속으로 살짝 해보면서.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내 마음은 이미 그들을 향해 전력 질주 중이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상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모른 채, 그저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녀석들을 수줍게 집어 들어 바구니에 담았다. 그 많고 많은 식물 사이, 제일 먼저 내 마음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온 녀석이었다. 나를 식집사 권태에서 벗어나게 해 준 그들 중 한 녀석의 이름은 칼라데아 오나타(Calathea ornata)였다.
포토샵에서 색상 스포이드로 뾱! 하고 RGB 색상 코드를 한 번에 골라낼 수 있을 정도로, 잎들은 선명하고 짙은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잎은 왜 이리 반짝반짝하고 빳빳한지, 생김새도 그렇고 촉감도 그렇고 이때까지 이런 식물을 본 적이 없어서 마냥 신기했다. 게다가 하얀 줄무늬 선 그 위로 누군가가 수줍은 볼 터치를 살포시 해놓은 것처럼 연분홍빛이 발그레 도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심플한데 화려한 녀석의 매력에 눈을 떼지 못하고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옷이 날개라고, 잘 어울리는 옷 한 벌 가져다가 녀석의 어깨에 툭 걸쳐주니 인물이 아주 훤하게 사는 것이, 화분을 가져다 대는 순간 두말할 것 없이 ‘아, 이거로구나’ 싶었다. 밝은 색 화분을 맞춰주자니 오히려 화분 색깔에 자꾸 눈이 가서 진한 잎 색깔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한 매력이 덜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초코 브라운 색을 띠는 화분을 골랐다. 그냥 화분의 색깔이 녀석과 잘 어울린다는 점과 오묘하게 섞여 있는 무늬(마블링)가 예뻐 보여서 골랐을 뿐이지, 사실 토분이 다른 화분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 토분 메이커마다의 대중성이나 가성비 정도가 각각 어떠한지, 역시나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예뻐서 골랐다.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에 잘 도착’한 기분이라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허허 웃었다.
무지(無知)한 식집사는 모든 것이 그냥 행복하기만 하다. 허허.
* 토분이란?
: 화분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물 빠짐과 통기성이 좋은 화분.
+ 장점 1) 미세한 틈으로 산소를 공급하여 식물이 숨을 쉬게 해 준다. 식물 생장에 아주 좋은 환경.
+ 장점 2) 빠른 건조와 통풍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과습을 방지해준다.
+ 장점 3) 물 마름의 속도가 빨라 신선한 물 공급 주기가 빨리 돌아온다.
+ 장점 4) 육안상 흙 마름을 파악하기가 쉬워 물 조절이 어려운 초보 식집사에게 추천.
- 단점 : 백화현상 발생 (오히려 빈티지해서 매력적이기도)
#통기성 #산소공급 #흙마름빠름 #과습방지 #백화현상
친구를 따라 분갈이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 집 헌내기들에게 녀석들을 소개해주었다.
“자자,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왔으니 다들 반갑게 맞아주도록 해. 얘는 여리여리 소포라 양(마오리 소포라)이고 이 친구는 이목구비 오나타 군(칼라데아 오나타)이야. 애칭이 조금 변태 같지만, 꼭 일본 이름 같기도 하고, 녀석들의 생김새와 특징을 살려 병맛 느낌으로다가 깜찍하게(대체 어디가?) 지어보았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두 녀석의 자리 배치가 고민이었다. 검색해보니 소포라 양과 오나타 군은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공기 정화 식물들이라고 하길래 일단 무작정 집안으로 들여서 내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았다. 오나타는 반그늘이나 밝은 음지에서 키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반...? 그늘? 반… 양지? 밝은 음지? 말장난같이 느껴지는 이 애매모호한 말들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리 옮겨보고 저리 옮겨보며 인테리어 상으로도 좋아 보이는 마땅한 자리를 찾아 삼만리 방황하며 헤맸다. 계속 방황만 하다가 발코니 화분 선반의 제일 위쪽 꼭대기 층에 놓아주기로 했다. 선반이 조금 높아 직사광선에서 살짝 빗겨나가기 때문에 잎이 타지 않고 잘 지내줄 듯싶었다. 게다가 고온 다습한 열대 정글 출신이다 보니 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길래 물을 줄 땐 ‘아주‘ 듬뿍 주었고, 공중 습도를 높여주기 위해 분무기로 잎을 ‘아주’ 촉촉이 적셔서 주었다.
그 결과, 뜨든.
며칠 후, 초코 브라운 색에 마블링이 매력이었던 화분 표면이 곰팡이인지 뭔지, 누렇고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는 없었던 하얀 물방울 자국들이 잎마다 선명히 남아있었다. 당황해서 물티슈로 황급히 닦아도 보고 잎이 상하지 않게 손으로 벅벅 문질러봐도 없어질 기미가 전혀 안 보였다. 망했다. 집사인 내가 오나타 군의 매력 포인트를 죽여버린 게 틀림없었다. 볕 잘 드는 우리 집 발코니에서 잘만 자라던 다육 식물들과는 달리, 이래저래 손 많이 가는 식물이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아는 것이 힘이 되어줄까, 검색에 검색하며 공부하다 보니 하나둘 몰랐던 정보들이 쌓여 고민이 살살 해결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고민이었던 화분 표면 하얀 곰팡이(?)는 토분의 백화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토분의 백화현상
흙에 있던 미네랄이 밖으로 나와 하얗게 보이는 현상. 구연산을 미지근한 물에 적당히 풀어서 반나절 동안 화분을 담가 놓은 후 수세미로 문지르면 없어진다.
(식물이 있는 화분의 경우 구연산 용액을 부드러운 천이나 거즈에 묻혀 닦아주세요)
+ 토분도 종류에 따라 백화 현상이 덜 한 토분들도 있습니다. 예시) 이태리 토분
* 칼라데아 오나타와 마오리 소포라의 화분
: 바솔트(Basalt) / 그래니트(Granite)
독일 스팡사(spang)에서 천연 흙으로 만든 토분. 유럽에서 손꼽히는 메이커이다.
= 두 화분 실사용 결과, 바솔트 토분에만 백화현상이 생겼다.
어쩐지 물티슈로 닦아보고 샤워기로 살살 물을 뿌려 손톱으로 아무리 긁어봐도 지워지지 않더니. 이제는 토분의 마블링이 전혀 안 보이긴 하지만, 빈티지스럽게 잘 변하고 있는 것 같아 훗날 더 보기 흉해졌을 때 구연산으로 살살 지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잎에 묻은 하얀 물 자국은 수돗물에 녹아있던 칼슘 성분이 물의 증발로 인해 하얗게 남아 굳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해결 방법은 역시 또 구연산이었는데, 구연산 성분이 들어있는 박카스나 탄산이 있는 맥주를 행주나 키친타월에 묻혀 살살 잎을 닦아 주면 해결된다고 한다. 맥주보다는 박카스를 추천하는 바고, 잎을 닦아주고 난 뒤에는 깨끗한 물로 한 번 더 닦아주고 물기를 제거해주면 반짝반짝 광이 나는 잎들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잎이 깨끗해야 식물이 광합성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길래, 이 또한 지금 상태보다 흰 얼룩이 더 심각해졌을 때 살살 지워주기로 했다. 이런 물 자국이 왜 생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돗물을 받자마자 바로 물 주기에 사용했던 것 같다. 칼라데아 종류들은 수돗물의 염소 성분에 특히 예민해서, 수돗물을 받아 하루 이틀 지난 실온의 미지근한 물을 주어야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미리 받아둔 지 며칠 지난 물로 흠뻑 물을 주고 열심히 분무해주었다. 잎에 하얀 물 자국이 생기는 건 전보다 덜한 듯싶지만, 아무래도 흰 자국을 백 프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 같았다. 잎은 그냥 한번 날 잡고 깨끗이 닦아주기로 한다. (귀찮아서 미루는 건 아마 아니다) 그래도 배운 대로 이것저것 챙겨주니 오나타 군이 확실히 튼튼해진 것이 느껴졌다.
두 번째 고민, 어째서 잎끝이 타버리는 걸까? 얇은 속 커튼으로 빛을 한번 걸러주었는데도 잎끝이 조금 타버린 듯싶었다. 왠지 마른 부분이 조금씩 잎을 타고 번져오는 것 같길래 일단 무작정 가위를 들었다. 인터넷에 좀 더 찾아보니 수돗물 염소 성분으로 인해 잎끝이 마르는 걸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니면 공중 습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데 확실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어쨌든 잎끝이 마른 잎 전체를 아예 잘라주어야 한 지 아니면 마른 부분만 잘라주어도 되는 건지, 내 검색의 한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내 마음 가는 대로 잎의 마른 부분만 잘라주었다. 조금 심했던 잎은 과감하게 잎 전체를 잘라버렸다.
둥근 잎의 끝이 뾰족하게 뻗어있는 것이 녀석의 매력 포인트인데 내가 그걸 확 잘라버려 예쁜 잎 모양이 조금 망가져 버렸지만, 탄 잎을 잘라준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건 딱히 아닌 듯싶었다. 내 방법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보기 싫은 탄 잎보다는 생기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으니 앞으로도 최대한 잎 모양을 살려 예쁘게 잘라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 후, 얼렁뚱땅 고민을 해결하다 보니 녀석은 아주 폭풍 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환경에 완벽 적응을 끝낸 오나타 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잎들을 마구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다른 식물들에 비해 칼라데아 종류들이 키우기 꽤 어려운 편이라고 해서 바짝 긴장했었는데, 알고 보니 칼라데아 오나타가 칼라데아 종류 중에서는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했다. 수돗물 염소 성분에도 다른 애들에 비해 그나마 덜 까다롭게 군다더라. 키우는 환경에 따라 체감 난이도는 천차만별인 것 같지만, 화원에서 처음 데려올 때 했던 많은 걱정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쉬웠다.
물론 식물들을 몇 번 키우다 보니 우리 집 환경이 식물 키우기에 꽤 좋은 환경이란 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오나타 군은 선반 꼭대기 층이 아주 맘에 들었는지 싱그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줄기와 줄기 사이로 뭔가 뾰족한 것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는데, 작고 귀여운 새잎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돌돌 말린 잎의 키가 쑥쑥 크더니 접힌 날개를 펼치듯 활짝 큰 잎을 펼쳐냈다. 어쩔 줄 몰라 쩔쩔매던 내 마음고생을 이제서야 알아주는 건지. 이렇게나 예쁜 잎은 내어주고, 감동 그 자체였다. 내심 걱정했는데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커 주는 녀석이 고마웠다.
그런데….
오나타 군의 폭풍 성장은 멈출 줄을 몰랐고 줄기 사이로 새잎들을 뿜어내는 걸로는 성에 안찼는지, ‘적당히’를 모르는 녀석은 이제는 흙 속에서 새잎들을 마구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그만!
맨 처음 화원에서 녀석을 데려올 때, 초보자가 키우기에 난이도가 쉽지 않다는 말에 이걸 환불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식물을 제대로 잘 키워본 적이 없었으니 지금이라도 키우기 쉬운 화분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돼서 쭈뼛거리고 서 있었는데, 직원분이 또다시 덤덤한 톤으로 말했다.
“키우기 쉽고 어렵고는 사실 정답이 없어요. 식물을 한 번도 안 키워 본 사람이 제일 키우기 어렵다는 애를 잘 키워내기도 하고, 식물 좀 잘 키운다는 베테랑들도 제대로 못 키워서 죽이기도 해요. 다 그냥 키워보는 거죠.”
이제 곧 겨울이라 추위에 약한 녀석을 집안으로 들일 예정인데,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잘 지내줄지 걱정이 한가득하다. 겨울 잘 보내고 따뜻한 봄이 되면 아마도 더 큰 화분으로 이사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을 모르는 오나타 군의 폭풍 성장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뜻밖의 복병은 사실 따로 있었는데…
계속
(Calathea Ornata, also called the Calathea Pinstripe or Pinstripe plant)
꽃말 :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별명 : 기도하는 식물 (낮이면 햇빛을 받기 위해 잎을 벌리고 밤에는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잎을 오므립니다)
고온 다습한 온도 : 18.5℃ ~ 30℃ 구간 최적 (13℃ 이하로 내려가면 저온 피해 주의)
공중 습도 : 50~70%, 분무 자주 해주기
물 주기 : 겉흙이 마를 때, 잎이 말려 있을 때 (우리 집 환경에 맞춘 물 주기는 주 1~2회, 약 4일 간격)
반양지, 간접 광을 받는 반그늘 추천. (저는 햇빛 잘 들어오고 통풍 잘 되는 아파트 발코니 창가에서 키웠어요)
수돗물 염소 성분 날리고 사용하기. 물을 받아둔 후 며칠 지난 미지근한 물 사용하기.
(칼라데아 오나타를 처음 키워보는 식집사가 여기저기서 정보를 긁어모아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으니 가볍게 참고만 부탁드려요. 혹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꿀팁은 댓글 부탁드려요)
+ 참고 사이트
1) https://botanical.house/칼라데아calathea-키우기/https://botanical.house/칼라데아calathea-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