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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일춘 Nov 04. 2021

11월의 안부(安否)


“괜찮을 거야!”,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야!” 핑계 뒤에 숨었던 나날들. 숨기려 해도, 버리려 해도 놔버릴 수 없는 진심(眞心).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인사가, “조금 헐렁하고 냉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 어쩌다 무심코 던져진 말이, 초점이 맞지 않은 단상이, 눈을 감아버린 사진이, 산책로에 붙박여 있는 시간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그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다. 나를 안심시킨다. 하나씩 모자라고, 하나씩 실망스러운 내게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어슷어슷 흐트러진 마음, 게우지 못하고 숭덩숭덩 썰어낸 오늘을 쏟아내도 될 것 같다. 여기서는 좀 울어도 괜찮다.



[브런치북] 어떤 말이 내게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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