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의 품격

새우깡도 반하다

by 한봄일춘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오직 하나뿐이다.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이다. 그것만 할 수 있다. - 에픽테토스



“<깡>이라는 노래가 3년 전에 나온 노래거든요. 이게 왜 갑자기 밈이되고 화젯거리가 되고, 너무 서운해...”


2017년 12월 발표된 ‘깡’이라는 노래로 지난해 11월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비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유재석이 ‘깡’에 대해 질문을 하자 비는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쑥덕공론이 되고 조롱받은 거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왜 ‘1일 1깡’을 해요? 하루에 3깡 정돈해야지!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 식후깡으로...”


“저는 1일 7깡 하면서 보거든요. 너무 재밌어요. 더 놀아주시길 바라고... 요즘 예능보다 제 댓글 읽는 게 훨씬 재밌어요. 저는 아직 목말라요...”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며 그는 어떠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그의 '깡스러운' 어조에서 그를 가늠할 뿐이다. ‘한 치의 미동 없는 깡 같은 평화로운’ 어조로 가수 비는 누리꾼들의 조롱을 재미와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뭐지?’, ‘댓글 중에 선을 훨씬 넘는 사람들도 많아서 혹시 나쁜 생각을 하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는데, 너무 쿨한 거 아니야?’, ‘내가 비였다면 아마 우울증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을 텐데’, ‘흥행 실패한 <자전차왕 엄복동> 덕분에 단련이 돼서 저렇게 심상할 수 있는 건가?’ 그 짧은 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자신을 소재로 형성된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에 가수 비도 함께 즐기는 모습이라니 정말 ‘멘털 갑이다. 갑!’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나 보다. 비의 이러한 모습이 방영된 이후 대중의 반응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비난 일색이었던 지난 시간들이 무색할 정도로 그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한 신문 기사에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힘든 시간을 겪고 이겨낸 사람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크다. 특히 취업난과 코로나 19 등에 시달리는 요즘, 슬럼프를 극복하고 있는 비에 대리 만족하고 싶어 하는 심리도 있다”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또 “별 잘못이 없는 비를 오랜 기간 놀림거리로 삼았는데도 비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성숙하게 반응한 것도 대중의 마음을 바꿔놓았다고”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희화화하던 누리꾼들을 ‘쿨’하게 받아들였던 비는 국민과자 대표 주자인 농심 ‘새우깡’ 광고 모델로 전격 발탁되었다. 최근 며칠 전 ‘1일 1깡’ 밈이 공식 광고 영상화됐다. '새우깡'의 지난 한 달 동안 매출이 전년대비 30% 성장했다고 하니 ‘깡’의 위력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한물간 스타’에서 ‘현재 진행형 스타’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가수 비. '그가 ‘밈’에 대해 솔직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를 향한 ‘조롱’이 ‘존경’으로 바뀔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답은 ‘회복탄력성’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돼 튀어 오르는 비인지 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 위키백과

다시 말해, 회복탄력성은 예기치 못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통해 더욱 발전하는 능력이다.


비는 음반과 영화에서의 잇따른 실패와 누리꾼들의 조롱을 통해 성장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실패를 숨기려고만 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실패에서 더 큰 배움과 가치를 얻는 데 생각을 집중했다. 실패를 객관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긍정적인 태도가 네티즌뿐만 아니라 '새우깡'의 마음도 사로잡은 게 아닐까?




고통과 위기 상황에 놓이면 대부분 이성을 잃고 자존감이 극도로 저하된다. 심하면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악플 등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연예계와 악플러들의 비도적적인 행태를 마음 아파했다. 이번 비의 솔직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내심 감사하다. 비가 보여준 회복탄력성은 그 어떤 실패와 위기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항체다. 우리가 그동안 갈급했던 백신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19와 싸우고 있다. 힘겹다. 숨이 턱턱 막힌다. 온 국민이 여전히 위기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끝 모를 싸움에 시시때때로 마음이 충충하고, 무너진다. 코로나 19를 이겨낼 백신도, 코로나 19로 야기된 우울한 마음을 이겨 낼 백신도 필요하다. 비의 이번 행보가 반가운 이유는 삼춘 三春 고한 苦旱 가문 날에 감우 甘雨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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