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어른 열여덟 살의 아내에게
열여덟의 순간, 가장 빛나는 그 순간에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딱 한 번 쌓였던 분노가 터졌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 학교 교련 선생님의 오해로 교무실에 불려 간 일이 있었다. 선생님은 확인도 안 하시고 다짜고짜 부모님을 언급하며 거친 말을 쏟아내었다.
"아빠가 그렇게 가르치셨니? 아니, 아빠 없다고 했지, 그럼 엄마 모셔와!"
무슨 용기였는지 책상을 밀치며 선생님에게 심하게 대들었다. 억울했고,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이 너무 밉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의 나는 상처 받은 게 분명하다. 지금도 그 선생님을 용서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더 깊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화'라는 감정 뒤에 엄마가 속상해하실까 봐 걱정되고, 두려웠던 마음이 선생님을 향한 분노로 나타났던 거 같다.
열여덟의 나는 어른스러워야 했다. 그래야 외롭지 않다고, 버림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속 열여덟의 준우의 모습을 보며, 열여덟의 내가 생각나서 괜히 눈물이 맺혔다. 엄마를 이해하고, 힘든 상황을 인내하면서 애써 슬픔을 감추려고 하는 준우가, 내 어린 시절과 맞닿아서 가슴 시리게 아파왔기 때문이었을까?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간데도 나는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애써 감정을 숨기며 어른인 척할 필요는 없다고... - 아내의 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