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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바빠 Feb 06. 2018

꿈을 이야기 하지 못했다 1

배고픈 직업? 밥은 먹고 다니니?

어릴 적 이야기를 잠시 해본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 아이었고,

만화책도 당연히 좋아했다.


만화책을 읽으면 부모님이 싫어했기에 몰래 몰래 읽었다.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만화책 읽는 것을 왜 감춰야했으며, 그 좋아하는 그림을

한 번도 부모님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니 조금 슬프기도 하다.


스프링 연습장에 그림들을 빼곡히 그렸었고,

두 권 세권 두껍게 연결해 나만의 보물처럼 차곡차곡 모았었다.

하지만, 이사할 때 그 연습장들을 어머니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버려서,

모두 분실. 지금도 너무나 아쉽다.

내가 어릴 때 그린 그림을 너무나 보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아이들의 그림들은 나름 잘 보관하고 있고,

사진을 찍어서 남겨주고 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

나는 초등학교 때 나름 그림 잘 그린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수채화로 그림을 그린 것을 보고

충격 받은 것이 기억난다. 명암과 형태! 그리고 맑게 채색한 느낌이 내 그림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냐고 물어보니 미술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미술학원.

나는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내 주변 친구들도 미술학원에 다닌 친구들도 없었다.

우리 집이 가난한 집은 아니었지만, 나는 태권도장 말고는 다닌 학원이 없었다.


미술학원을 다니는 그 친구가 부러웠지만,

나는 학원을 보내달라고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난 부모님에게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말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림을 좋아한다고, 내 그림을 봐달라고 왜 말하지 않았을까.


어릴 적 내 성격이 소심한 것도 있고,

집안 분위기도 조금은 무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뚝뚝한 부모님이셨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시절 부모님들은 대부분 그랬을 거라

짐작하고 이해는 하지만,

자식 사랑에 대해서는 많이 서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암튼 공부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하고 싶은 것을 해라”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진정으로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아셨을까?


군 전역 후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말씀 드렸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미대에 가겠다고.


부모님은 놀라시고 어이없어 하셨다.

그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말한 번 꺼내지 않은 놈이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니.

그것도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는, 가난하다고 생각하시는 그림쟁이를 하겠다니 말이다.


그렇게 24살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처음으로 선택했다.


2013년 파리로 레지던시로 갔을 때 그렸던 그림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있는  유명한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내가 작가가 된 후 파리로 갈 줄은 24살때는 상상도 못했었지.


https://www.instagram.com/barab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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