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몸에 대한.
항생제가 영양제도 아니고 이렇게 자주 먹어도 되나. 한 달 걸러 한 번꼴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주로 후두염과 축농증 등의 호흡기질환이다. 몇 년 전부터 체력 저하를 느끼다가, 24년에 독감과 폐렴을 연이어 앓고 나서는 작년의 절반을 골골대며 보냈다. 삶에 대단한 애착은 없지만 1인분을 못 해내는 꼴이 짠하다.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이 식도염과 축농증을 달고 사니 면도 서질 않는다. 엄마로, 자식으로, 사회인으로 책임은 큰데, 저녁 6시만 되어도 몸이 천근만근이다. 벌써 이렇게 반려 질병이 있으면 노년에는 어쩌나.
혹시…. 내게 노년이 없을 수도 있을까?
만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관리의 고수로 유명하다. 70대인 지금까지 매일 일찍 일어나 달리고, 정해진 시간만 글을 쓰고, 절주 하고,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다. '몸이 글을 쓴다'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의 나는 그의 일상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건강할지는 몰라도 삶에 낙이 없지 않나. 가끔 망가져도 보고, 가슴 아픈 경험도 해봐야 글이 깊어지는 것 아닌가!
… 아주 웃기고 있었다. 좀 더 순화해서 말하면 젊은 날의 치기이자, 오만이었다. 루틴과 관리는 지루함의 표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프로의 기본자세라는 걸, 왜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 건지. 이제 내 디폴트값은 공격보다 수비.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덜 비루한 몸으로 50대를 맞이하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본다. 목이 붓거나 미묘한 피로감을 느끼면 '괜찮겠지'하고 넘기는 대신 바로 병원을 가고, 약속은 잡지 않는다. 체중보다 근육량에 관심을 기울이고, 수면 시간을 기록하며, 커피와 술을 자제한다. 몸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관심을 주는 일이다.
말라비틀어진 나무도 알맞게 물과 햇빛을 제공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살릴 수 있다. 내가 나를 잘 돌보고 가꾸다 보면,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덜 두려운 노년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오늘의 회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이 내 40대 미션이 되었다. 일상의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지키고 수리하는 작업자의 마음으로, 오늘도 아침 미온수와 함께 유산균부터 삼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