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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다 Oct 21. 2023

꼭 안아주고 싶은 2022년의 나에게

7년의 아픈 연애를 잘 극복해 줘서 고마워

 어떤 시절의 나에게 편지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어. 꼭 되돌아보고 보듬어줘야 하는 어린 날의 내가 많았거든. 그러다가 최근까지 정말 많이 고생해 준 작년의 나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너에게는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2022년은 다른 해보다 정말 쉽지 않았어. 그 1년을 말로 설명하고 싶은데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네.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다녔던 해였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감정, 생각을 똑바로 들여다봐야 했잖아. 그게 참 어려웠지. 너도 알다시피 그때 네 마음은 직전 연애로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으니까 말이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7년의 연애는 나에게 독이었던 것 같아. 답답한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앓이를 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상대방이 화를 낼까 봐 눈치를 많이 봤잖아. 맥락 없이 터지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받아내며 ‘어떻게 하면 저 지뢰들을 피해 갈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버텨왔는지 모르겠어. 이렇게까지 나 자신이 좀먹힐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만뒀을 텐데 말이야.


 사실 알고 있어. 내가 나 자신보다 그 사람을 더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는 것을. 혼자 오랫동안 짝사랑해 오던 사람과 사귀게 되니 눈에 뵈는 게 없었어. 내가 가진 것 중 최고로 빛나보이던 그 사람을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 연애를 반대해도 “내가 더 좋아하면 돼”라며 호기롭게 말했던 게 아직도 생각나.


 그때는 몰랐어. 누군가를 그토록 좋아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거든. 거기에 눈이 멀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거야. 아무리 탐나는 사람이라도 나를 아프게 하면 놓아야 된다는 것을. 귀히 여기던 그 사람 옆에 서면 나 또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 그렇게 나한테만 소중했던 그 관계를 이어가며 오랜 기간 동안 전전긍긍해 왔지.


 끊어내기가 참 힘들었어. 누가 보더라도 미래가 없는 관계였는데 말이야. 5-6년이 지났을 때였던 것 같아. 그 사람이 몇 달간 회사 연수를 간 적이 있어. 그때 그 사람은 몇 번 보지 않은 교육 과정 동기들을 나보다 더 우선시 여겼어.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 관계에 대한 희망을 버렸던 것 같아. 그렇게 체념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 입에서 차마 ‘헤어지자’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 7년이나 그 사람을 만나온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 이미 지나온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어.

앞으로는 꽃 길만 가득할 거야

 이런 힘든 상황에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준 너에게 정말 고마워. 덕분에 처음으로 나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됐어. 너는 아마 많이 힘들었을 거야. 한동안 나 스스로를 많이 미워했거든. 말로는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라며 자신을 다독이려고 했어. 그렇지만 상대방에게서 나의 가치를 확인해 오던 7년의 기억 때문에 쉽게 바로 서지 못했어. 나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하며 내 선택에 대해 불신을 가지기도 했거든. 스스로를 불쌍히 여겼지만 온전히 사랑해주지도 못했고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이것 또한 지나간다” 네가 주문처럼 외우던 그 말 있잖아. 그 괴로움도 지나가긴 하더라. 그치지 않을 것 같던 그 먹먹한 감정의 소용돌이도 결국에는 잦아들었어. 슬픔, 자책,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네가 피하지 않고 하나하나 직면해 준 덕분이야. 성치 않은 네 마음 조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알고자 했잖아. 상담도 받아보고 네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며 너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했지.


 이제 나는 알아. 넌 정말 강한 사람이야. 자신을 나약하다 욕하면서도 넌 단 한 번도 쉬운 선택을 한 적이 없었어. 과거의 연인을 욕하고 스스로를 피해자라 칭하며 그 7년의 연애를 간단히 부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랬다면 이전처럼 네 상처를 돌보지 않고 바로 또 다른 달콤한 관계를 찾아 나섰겠지.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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