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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다 Aug 30. 2023

외로움 속에서 숨 쉬는 방법

누구에게나 외로움은 찾아온다

(2022년 11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며칠 전 일이다. 그날은 유난히 신이 난 날이었다. 오랜만에 사내 행사에 참여해서 또래 동료 직원들과 다트도 던지고, 모형 자동차도 굴리고, 미니 골프도 하는 등 오전시간을 참 재미나게 보냈다. 무기력했던 보통의 출근 때와는 달리 마치 걱정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해맑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한 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한순간에 고독이 나를 집어삼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불안으로 마음이 너무 먹먹해졌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다음의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외로움은 도대체 어디서, 왜 오는 걸까?

 누구에게나 외로움은 찾아온다. 나 같은 경우에는 늦은 저녁 퇴근길이 유독 그러하다.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어 저녁거리를 걸을 때면 어딘가 공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취방 근처 공원이나 식당들을 지날수록 점점 커진다.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커플들, 왁자지껄 식당 안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내가 지금 혼자라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진다.


 그렇게 터덜터덜 걷다 보면 어느새 공허함이 외로움으로 번져 나도 나의 희로애락을 나눌 누군가가 당장 내 옆에 있기를 바라게 된다. 지친 나를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며 무한한 애정을 주는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 편하게 불러낼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금방 우울해진다. 그러다 문득 여러 가지 질문들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만약 항상 내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이러한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이 모두 해소가 될까? 요즘 들어 부쩍 더 짙게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외로움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앞서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내 모든 감정을 받아줄 '다른 누군가'를 원하는 것일까? ‘왜’ 지친 나를 응원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타인'이 필요한 걸까? 아마도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해 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인 것 같다. 보통 나에게 있어 마음의 여유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으로부터 온다. 안타깝게도 현재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이것은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 아직도 달성하지 못한 버킷 리스트로부터 오는 실망감과 초조함 때문인 것 같다.


불안을 잠재우러 나온 한강 산책길에서 찍은 사진. 무심코 바라본 흐린 하늘이 내 마음과 닮았다.


 올해 여름 즈음에 나는 오랜만에 버킷 리스트를 써보았다. 실제로 달성하는 것을 염두에 둔 버킷리스트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세웠던 계획은 두 가지였다. 그중 첫 번째는 ‘이직’이었다. 회사 업무에 대해 타성에 젖어있던 나는 올해는 꼭 이직을 하고 싶었다. 마침 자취방 월세 계약이 10월에 끝나서, 이 시기를 기준으로 직장을 옮기고 그곳 근처의 전세로 집을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상적으로 준비를 한다면 3개월 안에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내가 이상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일 퇴근 후 공부를 하겠다던 나의 계획은 생각보다 쉽게 지켜지지 않았다. 첫날은 너무 피곤해서, 두 번째 날은 회식 때문에, 그리고 그다음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나는 나 자신이 내 생각처럼 부지런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한을 좀 더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했다. 그렇게 이직 준비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6개월에서 9개월로 늘어났고, 결국에는 기한도 올해까지로 재설정됐다. 그리고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 아직까지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


 두 번째 목표였던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한 칩거생활이 길어짐에 의해 나는 당시 최고 몸무게를 갱신했다. 그래서 2022년에는 꼭 44 사이즈를 만들어보고자 결심했다. 처음 6개월은 돈을 투자하여 PT를 받으며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출석 우수회원으로 상품을 2번이나 탈 만큼 열성적이었다. 이후 PT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자취방 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부지런히 운동해서 정말로 목표했던 몸무게를 찍을 줄 알았다.


 하지만 뭐 하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었다. 옆에서 관리해 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운동을 하려니, 식단도 개인운동도 엉망이 되었다. 결국 6개월 동안 쌓아왔던 운동습관은 한두 달 만에 무너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입도 터져버려 PT가 끝난 뒤 2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먹어버렸다. 결국 44 사이즈는 나날이 오르는 뱃살과 함께 멀어져 버렸다.


 그렇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생각만큼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손에 잡힐 것 같던 목표들이 지금은 너무나도 멀어 보여 어렵게 느껴졌다. 이직과 다이어트에 보란 듯이 성공하여 위풍당당한 나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지금의 내 모습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초라하다. 2022년이 실패로 남을까 봐 무섭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 대신 나를 토닥여줄 다른 누군가를 찾고 싶었고, 이러한 상황을 잊게 해 줄 다른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말이라는 핑계를 대며 무리해서 여러 모임에 얼굴을 비췄던 것 같다. 그렇게 모임에 다녀오면 반나절 정도는 전날의 잔상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혼자 남게 되면 잊혔던 불안감은 어김없이 나타나 나의 나약함을 비췄다.




 그렇게 불안과 외로움, 자괴감 속에서 허덕이다가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다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대했던 소울메이트도 나의 이 어두운 감정들을 완전히 걷어줄 수 없다. 결국 나는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깨에 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 스스로에게 지운 짐을 조금씩 덜어주는 것.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어깨에서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2022년은 끝나가지만 다가오는 2023년이 있으니 나는 멈추지 않는 이상 실패하지 않은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자기 합리화처럼 보이겠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렇게 불안함과 나에 대한 믿음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간다면 나도 외로움 속에서 건강하게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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