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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Oct 22. 2021

아이는 나무가 이기적이라고 말했다_

너는 무엇을 보았길래_




사람들 옷이 두꺼워지고 있다. 몸으로 바람이 스밀까 한껏 움츠린 몸으로 종종 걷고 있다. 인사를 나누면서도 다리는 체온을 높이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찬 바람에 쫓기듯 걷던 나는 한 남자아이 앞에 멈춰 섰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비켜가는지 아이는 곧은 자세로 나무와 마주하고 있었다.


"추운데 여기서 뭐해?"


나는 종종걸음을 멈추고 어깨와 목을 한껏 모은 채 아이에게 물었다.


"나무는 참 이기적인 거 같아요..."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꿈적 않고 말하는 바람에 나는 아이가 말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는 제법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에게 물었다.


"자기만 겨울을 이겨내려고 나뭇잎을 버리잖아요..."

아이는 나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른 목소리로 답했다.


순간 웅크리고 있던 내 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든 것들이 떨어져 내린 그곳에 이기적인 나무들만이 제 몸을 챙기고 서 있었다. 몸에는 따듯하게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짚으로 엮은 옷을 두르고 있었다. 그 곁으로 또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져 내렸다.


아이는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겨울을 이겨내 봄이 오면 또다시 새 잎을 피워내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자신만의 눈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에게서 자유로움을 보았다. 답을 알고도 그 위에 자기만의 생각을 새롭게 써내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모르는 눈치다.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아이는 뒤돌아 뛰어갔다. 나는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넋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정의를 알게 되면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연구해서 밝혀 낸 정보이기에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궁금증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색하면 순식간에 모든 답이 나타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의 자유가 사라지고 나의 마음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유롭고 싶어서 자유를 찾아 떠났던 내가 떠올랐다. 자유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생각의 자유로움이 때 묻지 않은 채로 아이와 나무 사이에 있었다.


그날 이후,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를 보면 '이기적인 나무'가 떠오른다. 아이의 말 덕분에 내 심장이 살아있는 것들을 향해 두근거렸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에 호기심이 생겼다. 의미를 더해 바라보는 것들에서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 어느 곳, 어떤 상황이라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아이들이 갖는 호기심처럼 어른들도 세상에 호기심을 이어가야 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둔 답 앞에서 생각의 자유를 잃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내 눈이 반짝인다.


'비로소 나뭇잎은 나무에게서 떨어져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을 친구들과 여행하려 한다. '


부스럭 노래를 흥얼거리며_








추구하는 것은

이곳에 있다


당신이 서 있는 장소를

깊이 파고들어라.


샘은 당신의 발아래에 있다.


이곳이 아닌 어느 먼 장소에,

알지 못하는 이국의 땅에

자신이 찾는 것,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많다.


실은 자신이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던

발아래이기에 끝없이

깊은 샘이 자리하고 있다.


추구하는 것이 묻혀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보물이 잠들어 있다.


니체의 말 1





#나다운이야기 #The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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