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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4. 2022

아무 말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

한때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동 응답했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오.'


정적과 침묵, 함께 있되 따로 있는 사이를 선호했다.


대부분 만난 이들은 분주했고, 무슨 말이든 하길 바랐다.

걸음도 느리면서 발맞춰 걸었고, 둘 사이 어색함을 희석시키려 유쾌한 대화를 끼어 넣었다.  

웃으며 돌아섰고 돌아서 오는 길은 막으로 채워 넣었다.

뒤돌아선 표정을 알 리 없는 상대는 서로 사랑한 줄 알았고, 앞뒤 온도가 달랐던 나는 사랑하는 연기를 하다 지쳐 이별을 고하곤 했다.

상대는 순식간에 식어버린 마음에 놀랐고, 뜨겁지 않으려 거리를 두던 나는 생각보다 깊은 상대의 사랑에 놀랐다.


'그럼 넌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은 거야?'라는 질문에 답도 못한 채 뒤돌아 오며 생각했다. '뜨겁지 않을 만큼 사랑했어.' 라는 생각은 전해지지 않았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공유하지도 않고 이상을 이상형이라 했다.


다시 이상형이 뭐냐 물어온다면

'아무 말이나 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요.'


편한 사람이 좋단 소리를 이리 돌려한다.

그런 사람과 살고 있단 소리가 이리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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