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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4. 2022

선샤인






아침이 오는 게 기쁘지 않았어


어둠을 밀어 내고 손을 뻗어 들어오는

너는 밤새 가려진 처참한 두려움을

확인시켜주니까

나를 재촉하니까

선명한 빛으로 나를 드러내니까

나는 자꾸 낮인데도 밤인 곳을 찾아

숨어든거야


구석진 곳

구겨진 곳

어슴프레한 빛


너는 아주 길게 머물렀어

따갑데도 아랑곳 않고


아무리 네가 바람과

나그네 외투를 벗기는

내기에서 이겼다곤해도

나는 믿지 않았어


나는 바람편에 서서 옷깃을 더 세게

여며잡았지

잡고있는 것마저 놓치면

그대로 타버릴 것 같았거든


사십여년간 너는 변함없이

내 손아귀 힘이 풀려 너덜해진 옷을

벗어버리길 바란걸까


놓쳐버린 외투

드러난 흉터

너는 찬찬히 일광으로 소독했지

타들어갈까 두려워 긴장된 몸을

저 멀리서 녹였지


발 아래 녹아내린 물이 개울가로 흘러가

박혀있던 얼음이 꽃송이로 떨어져

철철 흘러가


나는 추웠던거야

겨울을 끌어안고 있었어

겨울을 안고서 겨울을 싫어했어


너는 내게 안녕을 말하려던건지 몰라


괜찮아

괜찮아

손을 놓아도

넌 안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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