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ㅂ ㅏ ㄹ ㅐ ㅁ
Apr 03. 2022
밑줄을 그었다.
그냥 그은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을 골라 긋고 있었다.
책을 빌렸다.
페이지를 넘기다 밑줄을 만났다.
책을 돌려주려 만났다.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책을 빌려줬다.
돌려받는 날 나를 보는 눈이 유난히 따듯했다.
'너를 만난 기분이었어. 그래서 더 잘 읽었어.'
책을 빌려줬는데 나를 읽는데
책을 빌렸는데 너를 읽는다.
소리 없는 대화는 말을 옮기지 않고 마음만 옮겼다.
아무래도 나는 선긋기보다는 선 잇기를 계속해야겠다.
잊기보다 잇기가 더 매력적이니_
by ㅂㅏㄹ ㅐㅁ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