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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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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em
Oct 28. 2022
'어디서 똥 냄새 안 나?'
아이들과 분위기 좋게 거닐다
은행나무 아래서 어김없이 듣게 되는 말이다.
'왜 냄새가 나는 거야?'
팽팽한 얼굴에 주름까지 만들어 묻는 아이다.
'사랑을 지키려고..'
씨앗을 지키려 고약한 냄새로 무장했다고 답하고선 그럴싸하다며 스스로 우쭐했던 어느 날의 순간이 떠오른다.
은행은
밟혀야 냄새가 났다.
밟히지 않으면 저들 데로 쭈글거리다 녹아
매끄럽게 씨앗을 내보냈다.
그러니까
밟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아무나.
마음대로.
밟고선.
코를 틀어막았다.
사랑이 담긴 결실을
무참히 깼고,
깨고선 피해 다닌다.
냄새보다 더 고약한 사람
사랑을 지키려 역한 냄새를 뒤집어쓴 사람
새삼 은행이 무참히 밟힌 것도 모자라
똥 냄새난다며 피해 걷는 나는
무엇을 위해 구정물까지 뒤집어쓸 수 있겠냐 싶다가
망설임 없이 은행알을 밟지 않으려
우스꽝스럽게 걷는 저 아이들을 보며
기꺼이 오늘도 눈가에 주름을 접어 웃는다.
사랑을 지키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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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줄을 긋고 따라 쓰다 나를 이야기합니다. '나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 글을 그립니다. 장르가 없는데 굳이 분류하자면 시+에세이가 합쳐진 '시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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