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보지 못해 다행입니다.

나는 창 밖에 있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 머리에 눈이 얹고, 당신 옷자락이 물을 먹어 어깨를 추욱 끌어내릴 때

나는 창 안에 앉아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눈 안에 서서히 차오른 슬픔이 물로 흘러내리고,

이내 입 밖으로 흐느낌마저 쏟아져 나올 때

나는 창가에 다가가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릎 굽혀 손으로 지탱한

그 차가운 바닥 새하얀 눈 위로

당신이 무언가를 쏟아낼 때

나는 창가에 주저앉았습니다.

나는 창 안에 주저앉아

제 아픔을 다독이느라 당신을 보지 않았습니다.

이

내

잦아든 울음을 닦아내고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당신이 서 있던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고,

당신이 있던 자리만 눈이 녹아 큰 빙판이 되어있습니다.

당신이 있던 자리에 서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창 안을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창은 안을 들여다보지 않도록 코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겁한 제 모습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생각이

차갑게 변한 당신을 위한 눈물보다 앞서나와

커다란 빙판 옆에 주저앉고 맙니다.

다시 한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내 속이 뜨거워 당신을 위한 뜨거운 물을 끓을 수 있어서 말입니다.

뜨겁게 퍼부은 눈물이 당신이 만들고 간 커다란 빙판까지 흘러갑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