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ㅂ ㅏ ㄹ ㅐ ㅁ
Nov 16. 2022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 글을 읽고 있지 않습니다.
읽지 않은 글에 '좋아요'라고 말하기 멋쩍어 그냥 지나칩니다.
초대장도 보내지 않은 곳에 찾아와 흔적을 남긴 당신이기에 맨발로 뛰쳐나가 당신 집 초인종을 눌러도 되련만 아직은 내 집을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 집에 다녀와 부러움에 제가 쥔 펜을 내려놓을까 봐_
당신 집에 꾸며진 것이 멋져 따라 꾸밀까 봐_
갖은 핑계를 웅얼거리며
저는 당신 글을 읽고 있지 않습니다.
괘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_
아... 거짓입니다.
조금 그럴싸했을까요...
사실
저는 당신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가 궁금해서이거나
제게 그의 글이 필요해서입니다.
저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모르는 당신을 따라갈 용기가 없는 못난 사람입니다.
뒤늦게 모난 자리를 때우느라 저 하나만 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용서하십시오
너무 늦지 않게 문을 열고 나가
당신의 담장길을 걷겠습니다.
걷고 걷다 어느 날 문득 불이 켜지지 않는 창을 보며
저는 당신을 궁금해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안녕을 기도하게 될지도 모르죠
당신의 창에 다시 불빛이 켜지면
저도 모르게 미소까지 지을 테지요.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 글을 읽기 싫은 게 아니라
아직 읽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이 무슨 방귀 같은 말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