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 글을 읽고 있지 않습니다.

by baraem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 글을 읽고 있지 않습니다.


읽지 않은 글에 '좋아요'라고 말하기 멋쩍어 그냥 지나칩니다.


초대장도 보내지 않은 곳에 찾아와 흔적을 남긴 당신이기에 맨발로 뛰쳐나가 당신 집 초인종을 눌러도 되련만 아직은 내 집을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 집에 다녀와 부러움에 제가 쥔 펜을 내려놓을까 봐_

당신 집에 꾸며진 것이 멋져 따라 꾸밀까 봐_

갖은 핑계를 웅얼거리며

저는 당신 글을 읽고 있지 않습니다.


괘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_


아... 거짓입니다.

조금 그럴싸했을까요...


사실

저는 당신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가 궁금해서이거나

제게 그의 글이 필요해서입니다.


저는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모르는 당신을 따라갈 용기가 없는 못난 사람입니다.

뒤늦게 모난 자리를 때우느라 저 하나만 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용서하십시오

너무 늦지 않게 문을 열고 나가

당신의 담장길을 걷겠습니다.

걷고 걷다 어느 날 문득 불이 켜지지 않는 창을 보며

저는 당신을 궁금해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안녕을 기도하게 될지도 모르죠

당신의 창에 다시 불빛이 켜지면

저도 모르게 미소까지 지을 테지요.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 글을 읽기 싫은 게 아니라

아직 읽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이 무슨 방귀 같은 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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