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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08. 2022

작자

이 작자가 뭐라는 거야?


이 작가가 뭐라는 거야?


나는 작가라는 말보다 작자라는 말이 좋다. 온갖 부담을 이고 지느라 무거운 발걸음보단 한없이 가벼운 발걸음이 좋다. 기대할 것도 없는 그 가벼움은 어디로든 갈 수 있어서다. 보는 눈 개수를 줄이고 시답잖은 작자가 되고 나면 무서울게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지금 내 상태가 좋다.


맘껏 지껄이면서 똥폼 잡고, 고독을 오도독 씹으며 놀 수 있는 시간.

입안에서 아껴가며 녹여먹는 고독은 유독 달다.


나는 그런 작자다.

작사, 작곡, 작가 틈에 은근슬쩍 작자로 올라탄_


싸워본 사람은 알 테다.

흔히 싸움에서 화를 부르는 건 친분 없는 어떤 작자가 하는 어떤 말 때분이다.

더러워서 피하고 만다며 핑계를 대지만 무서워서 피한 게 맞다. 뒤돌아보면 그 작자 말속에 내가 스스로에게 했던 욕이 있다. 내가 차마 할 수 없던 말을 얼마나 갈았기에 이름도 모를 작자가 지껄이는 말에 겁먹고 말았을까..


내 칼은 힘이 없다.

내게 다 써버려서 무뎌졌다.


작자의 말엔 힘이 있다.

저만이 갈고 간 칼에 날이 다.

날이 선 참에 저 안에 모난 것을 쳐낸다.


사 각 사 각


그래서 이 작자가 뭐라는 거야?


계속 시답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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