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Dec 26. 2022

아이는 고전이다.


솔로지옥 2를 보다 남편과 나눈 대화다.

모두 예쁘고 운동을 해서 다져진 몸매들 하며 당당함까지 멋져 보이던_


남편이 물었다.


'나중에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저 청춘일까?'


나는 저 시기로 돌아가면 가슴수술, 쌍꺼풀 수술, 여행 등 다 할 거라 말하다가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다면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건 하도록 하고 싶어.'


분명 아쉬움이 있고, 다시 돌아가 바꾸고 싶은 순간들이 있겠으나 남편과 나는


'지금 이 시기로 돌아오고 싶을 것 같아.'


다시 오고 싶은 순간이 지금임을 다시 상기했다.



치우고 돌아섰는데 뒤돌아보면 어지러워진 거실.(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 늘어놓은 작품들)

내 감정 챙기기도 바쁜데 아이들 감정에 귀 기울이며 같이 졸이던 마음.(바쁜 엄마를 눈치보다 겨우 말 붙인 마음)

나도 사람인데 엄마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짜증 한가득.(이 엄마 만만치 않다. 짜증 받지만 않고 그렇게 말하면 속상하다고 답한다)


버거운 순간들이 제법 많다. 아이가 말하는 고민들에 매몰되기도 한다.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는 나에게 아이의 마음은 고전이다.




© blende12, 출처 Pixabay



귀하다. 소장하고 싶다. 언제고 읽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난다. 읽는다고 읽는데 그 의도를 파악하는 건 내가 알고 있는 것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읽고 싶다. 오래 소장하고 싶다. 오래 기억하고 싶다. 갈수록 벽돌 같은 고전이 놓일 테다. 한숨이 절로 나올 테다. 몇 페이지 넘기다 짜증이 올라올지도 모른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라며 발로 밀어 찰 지도.. 그렇게 밀쳐진 책이 오고 가며 눈에 밟혀 '아~진짜!'라고 투덜거리며 들어 올릴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지나가고 마음이 쓰이는 부분에 밑줄을 그을 것이다. 밑줄을 옮겨 적고 그 아래 마음을 붙일 것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절반을 읽어가다 노력한 나를 칭찬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읽으며 느낀 저자의 마음을 헤아려 볼 테다. 그 이해란 늘 내 감정의 투사일 테지만_


오늘도 우리 집엔 아직 한 손에 쥐어지는 고전이 두 권이나 있다. 다행히 어려운 부분이 하루를 넘기지 않고 서로를 이해시킨다.


마음만 있으면 쉬 열고 안을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게 읽히는 고전을 읽고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어렵지만 귀하고 소중해 이사 다닐 때 다른 건 다 버려도 이고 지고 갖고 갈 책들이다.


어제도 딸아이와 신경전을 부쳤는데 맛이 없었다.

역시 전은 김치전이지_

말 나온 김에 오늘 딸이 좋아하는 김치전 만들어야겠다. 콧구멍 벌렁이며 환호할 조금씩 어려워지는 첫째 고전 책을 활짝 반겨야지.


2022년 우리 집 귀한 고전 책이 곧 책장에 꽂힌다.

잘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해를 건강히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연말이니까.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다한 거니까.


© Myriams-Fotos, 출처 Pixabay











작가의 이전글 작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