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Dec 02. 2022

소 나무

시를 낳았다.

12월 아침 등원 길.


'엄마~ 나뭇잎이 하나도 없어'


"응~ 겨울이잖아~"


"엄마! 그런데 왜 소나무는 계속 피어있어?"

일곱 살 아들 질문에 답할만한 말을 머릿속에서 찾는 사이


"아~ 소가 힘세고 튼튼하니까 소나무를 '소나무'라고 했구나~"

아들은 저 혼자 묻고 저 혼자 답했다.


질문은 흔히 듣고 싶은 말이 있거나, 답을 원할 때 하는 것인데 아들의 경우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혼잣말은 내게 진실로 다가와 굳이 아이에게 '소나무'의 뜻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힘센 소처럼 겨울을 힘차게 이겨낸 '소를 닮은 나무'






남편이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창 밖을 한 참 보고 있었다.


'소나무는 늘 푸르네. 해바라기보다 더 한결같다.'


나는 키보드를 치다 말고 남편을 빤히 쳐다보며


'피곤하겠다.'라고 답했다. 한 순간도 표정을 내려놓지 않는 소나무의 고단함에 나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고선 장난 가득한 눈빛으로 남편에게 오늘 아침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줬다. 남편은 아들과 교감한 오늘에 만족스러운 미소로 음미했다.


같은 날 '소나무' 이야기를 꺼낸 두 남자는 닮았다.

멈춰 서 무언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간직한 아이_

자연을 바라보는 여유의 힘을 이해하기 시작한 남편_


소중한 나에게 무엇이든 물어오거든 나는 이리 답하렵니다.

소중한 당신의 무슨 말이든 나는 이리 기억하겠노라고_



작가의 이전글 춤추는 여인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