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Jan 02. 2023

[필사] 울고 있잖아요. 정상이에요. 자기 앞의 생

모모는 개 한 마리를 훔친다.

모모는 개 한 마리를 사랑한다.

모모에게 개 한 마리는 전부다.

모모는 개 한 마리가 잘 살길 바란다.

모모가 개 한 마리를 팔았다.

모모가 개 한 마리를 판 돈을 버렸다.

모모는 개 한 마리가 없다.

모모는 무엇이 남아있을까_


모모가 개 한 마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로자 아주머니는 안다. 

그런 모모가 개 한 마리를 팔았다.

그 돈을 버렸다. 

미친 게 분명하다며 의사에게 데려간다.


"이 아이는 그 개를 무척이나 사랑했다고요. 잘 때도 품고 잘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짓이에요? 개는 팔아버리고 판 돈은 버려버렸으니... 얘는 다른 애들과 달라요, 선생님. 이 아이의 핏속에 무슨 광기 같은 게 흐르는 게 아닐까요?" 40p



"안심하세요, 로자 부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모모가 운다.

자신을 규정짓는 말들 사이

자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믿는

온기 품은 말에 이유도 모른 채.

모모가 운다.



"이 아이가 원래 잘 웁니까?"


"전혀요. 얘는 절대로 울지 않는 아이예요. 하지만 얼마나 날 애 먹이는지 몰라요."


"그렇다면,

벌써 좋아지고 있군요.

아이가 울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데려오길 잘하셨어요."


자기 앞의 생 필사
자기 앞의 생 필사 






[나다운 이야기]


울지 못한 아이는

온몸으로 운다.


발악.


우는 방법을 몰라

온몸으로 우는 아이를

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발악 앞에 앉아

발을 녹여

서서히 얼어버린 몸과 마음이 녹아내리길


그렇게 녹아내린 너의 생이

졸졸졸 출렁출렁 흘러가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다운 필사]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