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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Mar 07. 2023

머릿 '이'가 광장으로 나오는 날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이'가 있죠. 그 이는 어둡고 습한 묵은 머리에 기생하죠. 이는 머리칼과 같은 색을 하고선 보이지 않게 가렵게 해요. 그 녀석이 기어 나오는 순간을 마주한 날을 기억합니다. 국민학교 아침 조회 시간 딱 이런 봄볕 아래 운동장이었어요.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가 이어졌죠. 제 앞에 선 친구 머리 위로 꿈틀거리며 이가 기어 나왔어요. 징그러웠냐고요? 아뇨. 제 머리에도 있었는걸요. 그래서 저는 그 가려움을 알고 있었어요. 그 부끄러움도요. 신기했어요. 저 녀석도 봄볕을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그러고 보니 모든 계절이 사람의 것이 아니었어요.



제게 광장은 그런 부끄러움이었어요.

골방이 편했죠. 딱 발끝으로만 볕을 쫓았고요.

핀 조명은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뒤로하고라도 선택할 수 있는 순간마저 골방을 택했어요. 드라큘라의 후예도 아닌데 말이죠. 광장의 빛에 피부가 타들어갈까 봐


_


굉장한 일이죠?

봄이란.


광장으로 이끌어 내는 날이에요.

스멀스멀

말랑말랑

산들산들


빛발이 자꾸 길어져 웅크린 이의 옷자락까지 넘봐요.

더 이상 웅크릴 재간 없는 이가 몸을 볕에 내밀었어요.


퀭한 낯짝이 낮을 만나고

낯섦을 만나요.


우리 만나려 봄이 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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