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ㅂ ㅏ ㄹ ㅐ ㅁ
Mar 07. 2023
몰랐다.
봄이 시작되면 싹이 돋아나는 게 시작을 알릴 것으로 생각했다. 입김이 나왔지만 절기상 봄이니 세상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려 숲을, 길가를 주시하며 걸었다.
뿌연 잿더미 속에서 매직아이처럼 초록빛이 아른거렸다.
이상하다.
싹이. 보이지 않는데 왜 초록빛이 어른거리지?
멈춰 섰다.
싹이 시작되는 지점을 확인하고 파서다.
그곳엔
옷을 한 겹 벗어던진
가까운 이에게 보이는
조용한 이야기가 있었다
겨울 내내 겹겹이 껴입었던
시멘트에 담겼다 나온 듯했던
나뭇가지들이
수줍게 제 모습으로 봄볕을 쬐고 있었다
묵은 나뭇가지들은 사라지고
새로이 피어나 다시 시작되는 줄로만 알았다
다시 시작은
이전의 것을 버리고 태어남이 아닌
이전의 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
그들 앞에서 피식 웃고 마는
나는 입으로만 떠든
봄에서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