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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7. 2023

조연은 없었다.


그런 식이다.

무심히,

무심코,

어쩌다,

우연히,

못 이긴 척.

그렇게 만나고 터덜터덜 걷다

가려던 길 멈춰서 빠져든다.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 상태.

 타인의 평가로 '행복하겠다'와 '힘들겠다'가 분류되고 그에 상응한 행동을 한다. 이런 마음들을 죄 어찌 표현하고 살겠나 싶고, 표현한다 한들 상대가 느낄 답답함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자리까지 마련하고 산다.


구겨진 마음들이 제법 펴졌지만 주름진 흔적들까지 어떻게 없애겠나. 이런 마음들은 뚝뚝 끊긴 글로 나타내고 잘려나간 마음들은 여전히 내 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면 힘들지 않냐 물어온다면 이 뿌리가 없다면 나는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말이나 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을 지면에 뚝뚝 끊기지 않은 채 써 내려간 글들을 볼 때면 다리미가 한번 지나간 기분이다.




책 한 권 읽고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부끄러우냐?

아니다.

아닌 척 외면했던 순간이 더 부끄럽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부끄럽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건 외면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겉은 평온해 보였으나, 속은 평온을 위해 바삐 사실들을 은폐하고 외면하려 애썼던 거다. 숱하게 삭제를 눌렀지만 결국 휴지통까지 가득 차 더 이상 내 안에 버릴 곳이 없어지고야 겉으로 토했다.


내 안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최고의 수단은 소설 속 관찰자로 숨어드는 일이다. 숨어든 곳에 자리 펴고 살다 보니 어느 틈에 주인공이다.



세상에 조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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