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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31. 2023

기 억

기억을 거부하는 이가 있다.

기억을 못 해내는 이가 있다.



기억을 말로 꺼내기에

목구멍보다 크고

기억을 떠올리기엔

뇌보다 커서다.



기억을 떠올리기도 말하기도

버거운 이에게

기억의 대가를 전하려 한다.






상처를 입고서 느끼는 통증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호오~ 입김 한 번이면 족하고, 누군가는 거기에 밴드를 붙여야 한다. 또 누군가는 덧날 것을 염려해 병원에 소독을 하러 간다. 그리고 남겨진 누군가는 상처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 넘어져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울어버리는 아이가 될까 봐_



그 어떤 상처 건 흔적을 남긴다.

형태를 갖춘 것들엔 잔해가 남는다.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기억해 내야 하는 이유다.



남아있는 나라는 잔해는 아직 살아있기에_



잔해가 널린 곳을 치우면 터가 생기고,

상처가 아문 자리엔 이전보다 두터운 흉터가 생겨있다.



잃은 것만 기억했는데

생각해 보면 생기는 것도 있었으니

그 참에 생기 있게 웃어보는 거다.



아마 처음엔 쑥스러워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겠지만

또 다른 쑥스러움을 만나 반대쪽 입꼬리도 올라가는 날도 생기겠지_



그러니.

너 오늘 쭈뼛한 꼬리를 올렸으면 해_



수분을 거둔 풀들이 살랑이는 오늘

기억의 꼬리도 살랑이는 날이었으면 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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