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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Mar 23. 2023

담쟁이



있잖아

나는 계단으로 오르고 싶었어

그 계단에 난간이 있다면

난감하게 미끄러질 일도 없겠지



있잖아

나는 2층 창이 있는 곳에 머물고 싶었어

낮에는 오가는 사람들

밤에는 빛의 파편들

고요히 내려다보고 싶었지



있잖아

나는 저 담쟁이를 찍으려던 건데

저 계단,

 저 이층 건물을 담고 있었어



벽에 붙어 기어오르느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담쟁이가 나였더라



나는 이미 머물고 싶은 곳에 있는데

기를 쓰고 매달려 불안해하며

조심히 뻗어나갔지



계단도 필요 없고

뒤돌아 보면...

올려다보면...

고요한 것들 투성이인 그곳에

나는 암벽등반 중이었던 거지



아아~~

그래서 그렇게나

어깨가 결렸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나

손이 거친 거야


거참,

헛기침만 나네


나도 이제 뒷짐 좀 져볼까?

담장이가 뒷짐 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

.


번지점프

느티나무

라푼젤 머리칼 대역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대롱거리던 그날의 나


같은 나인데

조금 색다른 나를 볼 수 있더라.









도종환 시인님의 담쟁이 시가 있다.

그 시에 그림을 그려 넣은 필사를 했다.

도종환 담쟁이 시 필사

<담쟁이 시 필사>


그 시에 노래를 입힌 이 영상도 있다.


<도종환 담쟁이 시 / 이유정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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