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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Apr 25. 2023

요강도 건너지 못하면서 어느 강을 건널 수 있겠냐만_


아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만나보지 못한 나를 대면하게 된다. 

사랑한다면서 강요하고, 사랑한다면서 화를 낸다. 강요와 화가 그저 글처럼 간결하지 않다.

뒤끝이 있고,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 근원지가 있다.


'왜! 내게서 이런 모습을 봐야 하는 거지?'

또 다른 죄를 뒤집어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 모든 날을 사랑으로 입히느라 분주했고, 죄를 면하기 위해 헤맸다. 그 어디에서고 그저 비슷한 푸념뿐이었고, 세상에 내 아이와 같은 아이는 없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알아서 배우겠지?'

제법 머리를 썼는데도 내가 보는 곳을, 내가 가는 곳을 따르지 않는다. 무리 지어 있는 어느 곳을 보고 섰다.

나는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아니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사려하지 않았다. 내 길이 옳은 길이니 따르라 말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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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문인 싯다르타를 윤회로부터,

죄업으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 주었던가요? 

아버지의 경건함, 스승들의 훈계, 자신의 자식,

자신의 구도 행위가 그를 지켜 줄 수 있었던가요?

<싯다르타 필사>








당신이 당신의 그 경건함과 

당신의 그 관대함으로

끊임없이 나를 벌주려고 하고 

나를 왜소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내가 당신처럼 되어야 한다고, 

당신처럼 나도 그토록 경건하고, 

그토록 부드럽고, 그토록 현명해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난 말이에요,

이걸 잘 들어 두세요,

나는 당신을 괴롭히는 일을 할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노상강도가 되든지

살인자가 되어서 지옥에나 갈 거란 말이에요.


<싯다르타>






[나다운 이야기]


거슬러 흐르지 않는 강처럼 삶도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강에 버들 나뭇잎을 띄우고 잘 흘러가도록 쫓는다. 바위에 걸리면 살짝 비켜가도록 만져줬다. 나뭇가지에 걸리면 가지를 치워줬다. 그러다 물살이 세게 흐르기 시작했다. 

강물이 꺾여 낙하한다. 그 위에 버드나무 잎이 휩쓸렸다. 더 이상 치워줄 것도 만져줄 것도 없이 떨어지는 잎을 보고 앉아 폭포와 비슷한 거센 물줄기를 떨궜다. 


내려다보기도 무서워 설설 기어가 내려다본 그곳에 버드나무 잎이 짙게 푸르다. 폭포수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 이내 그 물줄기를 타고 간다. 더 넓어진 강폭에 자잘한 돌이나 나뭇가지가 덜 보인다. 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출렁출렁 이리저리 울렁이다 울렁이는 결을 타고 흐른다. 언제 쓰러졌는지 모를 나무 기둥을 만나서도 그렇게 한참은 맴돌다 비가 오는 날 불어난 강물을 타고 나무를 넘어선다. 


버드나무 잎을 따라 뛰어든다.

나는 나를 살아야 함이오.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 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런 일을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싯다르타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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