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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Apr 26. 2023


미워하는 마음이
몸보다 몸집을 키워
어디든 쏟아야 했던 나는
안전하다 여기는 벗에게
전화를 걸었다.

넘치기 직전 뚜껑을 열어
넘치진 않았으나
튀겨 나온 화의 잔재들이
냄비에 눌어붙었고
냄비 주변으로 피 튀긴 듯
퍼져나간 미움의 조각들이 보였다.

순간 지껄이던 말이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미워하는 마음과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한 화가
내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빡빡 냄비를 닦다 보니
냄비에 스크래치
쓱쓱 주변을 닦다 보니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


닦아내고 보니
기존의 묵은 흔적이 남아있다.

'미움이 넘치기 전에 뚜껑을 열어라
화를 겨냥해
제대로 과녁을 맞혀라.'
는 말을 쓰고 싶던 게 아니다.

넘친 순간
전화를 걸 수 있었던 벗이 있다는 것과
눌어붙은 잔재를 닦아내며

마주한 더러움이

깨끗해지는 동안
내가 갖게 된 청소실력이다.

더러운 입을 닦고
더러운 손을 씻고
빛나는 마음으로 걸어가리다.

내 화의 촉은 독을 빼고
선명하게 당신에게로 향하리
명중.

죽이려는 게 아니라

같이 살자는 거다.

불꽃에 소독했으니
걱정 마시오.

운이 좋다면

당신의 촉에도 소독이 되어있길_






#모순 #화 #미움 #분에넘친호강아닌화 #소독
#글 #소독된촉으로페어플레이 #시쎄이
#모순과한판 #시시껄렁한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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