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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01. 2023

너는 어쩌자고 보기만 해

여자는 제법 멋지게 차려입고 비둘기 한 마리를 띄웠다. 비둘기 오른쪽 다리에 살포시 쪽지를 매달아 두었다.


여자는 비둘기를 바라보며 봄이 시작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둘기는 여자의 마음을 달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여자는 비둘기가 날갯짓을 한 그곳을 바라보며 하늘을 보았다. 바람, 해, 구름, 하늘의 높낮음..


여자는 비둘기가 다른 글이 쓰인 쪽지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다. 여자의 얼굴에서 시작되던 봄의 미소가 서서히 말라갔다.


여자의 눈은 더 이상 하늘의 움직임을 쫓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야 할 비둘기의 흔적만 찾았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한 여자는 마른 얼굴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퍽' 여자는 뒤통수를 맞고 휘청거렸다. 아픔보다 주변에 보는 사람이 있나 먼저 살폈다. 창피함이 앞섰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한 여자는 그제야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을 보았다.


부메랑이 여자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

그 옆에 쪽지도 함께였다.

여자는 조심스레 쪽지를 펼쳤다.



'너는 왜 그곳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

'네 마음은 저곳에 보내고 넌 어디가?'



여자는 부메랑을 안았다.

이내 부메랑은 지친 비둘기의 모습으로 변했다.


간절한 마음만 하늘에 띄우고

이내 자신을 당겨 올려 줄 동아줄만 기다렸더라.

날아오를 준비도 없이 내내 무거워진 몸이었다.


여자는 비둘기를 안고 걷는다.

겨울임에도 그 걸음이 제법 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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