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ㅂ ㅏ ㄹ ㅐ ㅁ Jan 12. 202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춘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마음이 사월의 봄바람처럼 요동치고 나부끼는 딸이 있다.

꺽지 않으려 조심하다 보니

되려 유리로 만들어 버린 건 아닌가


큰 호통소리에 놀란 토끼눈이던 시절을 지나

큰 호통소리에 가자미 눈을 흘기는 시절을 만나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고 외쳐보지만

건너지 않고는 무슨 수로 그 강을 건넌단 말인가


'더도덜도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시절의 주문이던가

어느새 잊고선

고학년으로의 몫을 주문한다.


어설픈 어미의 노파심과

제 나이에 이뤄야 할 몫들에

바퀴가 빠지고 말았다.


들어 올려야 하는데

합이 맞지 않으니

기합을 넣을 수도 없다.


어쩌누

어쩌누

니탓 내 탓 괜한 탓하며

수레에 탄 들

빠져버린 바퀴가

솟아날 리도 없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소리일랑

퉤 뱉어버리고

바퀴로 내려가

흙을 파낸다.


흙 파느라

기세 꺾인 노파심

흙 파느라

꼴이 말이 아닌

제 어미의 모습에

아이도 내려앉아

흙을 파댄다.


수레바퀴 아래서

"엄마, 미안해"

      ...........

      ...........

"엄마도 미안해"


가벼워진 수레

들어 올려진 바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않았오.


다만

강을 옆에 끼고

지나고 있소

강바람이 차구만 그려.

허허





작가의 이전글 허들 위로 비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