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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1. 2024

프란츠 카프카 변신 2. 얘야 문 열어라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사건이 발생한 첫날 오전, 어떤 변명거리로 의사와 열쇠장이를 집에서 내쫓았는지 그레고르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심지어는 여동생마저도 그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카프카 변신 45p>







내 문제인데 내가 모른다.

아픈 건 난데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기회가 없다.

문밖에 의사가 왔는데, 아픈 나는 의사를 만나지 못한다. 


내 아픔을 가로채 감춘다. 

내 아픔이 당신에겐 수치다. 

내 아픔에 약을 짓지도 못했다. 


나는 아프나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

말해야 하는데 말할 곳이 없다.

말해야 하는데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말하려는데 문을 닫아 버린다.


나는 문안으로 쫓겨났다. 


나는 나에게 갇혀버렸다.


버렸다.

버려졌다.

버러지 같은 인간이다.


아닌데.. 

아닌데..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다.


없다.

업다.

나는 나를 업고서 어디든 기어 본다.


본다.


내게 귀 기울여 줄 사람은 누구인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변신이 아니라

병신이 아닌가












노동자들을 이야기 하나 싶다가

가족을 이야기하고

삶 이야기를 이어가다

죽음에 이르는 길을 이야기한다.



무엇이 나를 가두고

무엇이 나를 거두는지



누군가의 고통, 희생이 교본이 되어 다음 사람에겐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기회라는 희망찬 단어 이전에 참 가혹한 누군가의 고립이 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는 잔인한 말로 포박하고서_










프란츠 카프카 변신 필사 노트


"가구를 치워 버리면 우리가 회복의 희망을 완전히 접고 그레고리를 인정사정없이 방치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지? 방을 예전 그대로 두는 게 나을 것 같구나. 그래야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면 모든 게 변치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좀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테니." 58p



"사실 그동안 벽을 타고 기어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서 예전처럼 집안일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변화된 상황과 맞닥뜨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64p(그레고르)









"뒤따라 날아온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에 제대로 들어가서 박혔다. 그레고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통증이 밀려오자 어쩔 줄 몰라하며 좀 더 빨리 달아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하지만 못에 박힌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쭉 뻗어 버리고 말았다." 67p 아버지가 집어던진 사과 








사과다. 

아버지는 외면했던 아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잊고, 사과를 던진다. 


그 당시 사과는 어떤 과일이었을까? 

지금의 사과는 과일 중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 일상과 친숙한 사과가 집어던진다고 등에 박힐 리 있을까? 

직장, 가정 식탁 위에서 무심코 던진 사과 한 조각 같은 말이 그렇게 어이없이 날아와 박힐 때가 있다. 

너무 사소한 거라 빼달라 할 수도 없다. 

통증에 고통스럽고 피하기 위해 버둥거린다. 못에 박힌 듯 꼼짝할 수 없고, 서서히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간다. 

마음에 박혀 버린 독 사과. 





**혹시 '변신'을 읽지 않으셨거나, 읽을 계획이 있으신 분은 다음 글에 스포성 글귀가 있으니 마지막 노래만 들어주세요^^







"음악을 듣고 이렇게 감동을 받는 그가 정녕 벌레란 말인가? 그토록 갈망하던 미지의 음식을 찾으러 가는 길이 드디어 그레고르의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82p



"이대로는 안 돼요. 어머니, 아버지 눈에는 안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훤히 보여요. 전 저 벌레를 오빠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아요. 전 그냥 '저것'이라고 부를 거예요. 우리는 저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으며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아무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을 거예요."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그 주변의 곪은 상처는 폭신한 먼지에 덮여 이젠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90p



"그들은 오늘 하루를 휴식과 산책을 하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에게는 이런 결근을 누릴 자격이 있을뿐더러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식탁에 앉아 세 통의 휴가원을 썼다. 잠자 씨는 은행 지점장에게, 잠자 부인은 속옷을 주문한 사람에게, 그레테는 가게 주인에게. 94p






야속하지만 이렇게 변신은 끝났다. 

세 사람은 희망을 노래하고 삶에서 중요한 것을 깨닫고 실천한다.

그레고르는 곪은 상처를 안아 준 먼지와 함께 버둥거림을 멈춘다.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들을 욕할 수 없다. 

그 모든 게 내 안에 있어서다. 

그래도 책이니까. 조금은 관여하고 싶다.


그레고르 아버지를 대신해 그레고르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장사익 선생님의 '아버지'다.









아버지


                                  장사익


산설고 물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얘야, 문 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 열어 제치니

찬바람 온몸을 때려

뜬 눈으로 날을 새고

얘야, 문 열어라.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https://youtu.be/0DV7ahI_vEY?si=3JwByHnM7gBUO903

얘야 문열어라 장사익 '아버지' / 그레고르에 들려주고 싶은 가족, 세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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