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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16. 2024

프란츠 카프카] 변신 1. 문 닫힌 방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뒤숭숭한 꿈을 꾸다가 깨어나 

흉칙스런 벌레로 변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9p





프란츠 카프카 변신 / 필사 모임 책 





부모님 때문에 간신히 참고 있는걸. 

부모님만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사장한테 당당히 걸어가 

사표를 내던지고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모조리 털어놓았을 거야. 12p




그래고르는 

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잦은 출장 덕분에 몸에 밴 조심성이 

오히려 기특하게 여겨졌다. 

집에서도 밤이 되면 

문이란 문은 다 걸어 잠갔으니까. 

그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음 일을 고민하고 싶었다. 15p







부모님 때문에 모험을 거부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갚아야 한다며 안정된 길을 걸었다 여겼다.  

남편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속였다. 

나를 속였고, 상대를 속였다. 

문을 잠그고 들어가 안의 사정을 알리 없는 상대가 건네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 상대의 표정이 어떤지 알지도 못한 채. 

열쇠마저 감추고선 문을 열고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은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일까? 


문이 틀어지면 제대로 닫을 수 없다. 

억지로 닫아 잠가버린 문에 열쇠구멍마저 함께 틀어진 건지 모른다. 예전 열쇠만 붙잡고 달그락 거려 보지만 녹슨 열쇠는 옅은 피비린내만 남기고 바닥에 부스러진다. 


문을 잠그고 들어간 사람은 문밖의 소리에 민감하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에 그친 세상이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바꿔 말하려는 요즘

부모님 덕분에 슬기로운 부부 생활을 알게 되었고,

남편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망하게 되었고,

아이들 덕분에 나를 앞서 자랄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있어 변신이란 이것이다. 

마음의 문을 잠그고 들어앉아 밖이 조용할 때 잠시 문을 열고 나간다.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들어와 문을 잠근다. 

문을 잠그고 안에서 쥐어진 열쇠를 내게서 빼앗아 던져 버리는 일이다. 

안에서고 밖에서고 발로 뻥 차 문을 부숴 버리는 일이다. 

가만가만했던 인생을 조금은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이다. 






문이 잠겨 있던 오전에는 

모두들 방으로 들어오려고 야단이더니,

문이란 문은 모두 열려 있는 지금은 

정작 아무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밖에서 열쇠까지 꽂아 놓은 모양이었다.

<변신/푸른 숲주니어/41p>





궁금한 건 못 참고

힘을 모아 열어보지만


궁금증이 해결되면

급하게 여느라 부숴버린 문짝을

발로 차서 닫는다.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이 잔인한 행동과 표정을

비단 악인만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알게 된다.


문을 부쉈다면 적어도 고쳐는 줘야지..

아니.. 열었다면 안부는 물어야지..

아니.. 궁금해하지를 말아야 하나?

아니.. 


그럴싸한 답은 알겠지만 

선뜻 쓰지 못하는 건

과연 '그 답에 나는 가까운가?'

막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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